"美의 젤렌스키 비난은 계획된 것...러와의 관계 재정립 가속도"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난한 것은 계획된 것이며, 이후 미국과 러시아 관계 재건이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2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은 "노련한 외교관이 봤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젤렌스키를 맹렬히 비난한
것은 계획된 '정치적 협박'이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지도자의 신용을 떨어뜨림으로써 향후 모든 일에서 그를
배제하기 위해 만든 함정이었다"고 지적했다.
CNN은 "아직 공개적으로 발표된 바는 없지만 비공개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빠르게 추진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계획된 것이든 아니든 백악관의 '막말'에 기뻐한 모스크바는 이제
미·러 관계 재건을 위한 회담이 앞으로 몇 주간 계속되고 심지어는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이 미국과 러시아가 비공개로 논의하고 있는 '경제 거래'의 뒷전으로 밀려날 것이라는 낙관론까지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미국과 러시아는 지난달 1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배제하고 우크라이나
종전을 위한 회담을 열었고, 현재 2차 회담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러 양국은 첫 회담에서 에너지·우주탐사 등을 포함한 경제 협력 재개를 검토했으며, 이에 따라 2차 회담에서는
진전된 협력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매체는 분석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경제 협력을 통해 관계를 재정립하고자 한다는 정황은 러시아 당국자와 기타 외신을 통해서도 전해지고
있다.
같은 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푸틴 대통령의 측근을 인용, 2021년 완공됐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멈춰선 러시아-독일 파이프라인인 '노르트스트림-2'를 재가동하기 위해 미국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의 해외 투자 및 경제 협력 특사인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 대표 또한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의 사업적 통찰은 바이든의 이야기를 무너뜨린다. 러시아를 물리치려는 시도는 무너졌다"며
"투자·경제 성장·인공지능(AI) 혁신·화성 탐사·인류를 위한 더 나은 미래 건설에 집중하자"고
적었다.
CNN은 "많은 위험이 있지만 러시아와 사업을 하면 엄청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보다 훨씬 더 많은 희토류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점을 언급했다.
CNN은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 후 보여준 행보는 '돈 이상의 것', 즉 미국과 러시아 관계의
근본적인 재정립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긴장 관계에 있던 양국 관계가 새롭고 급진적인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매체는 진단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서방 동맹국에 등을 돌릴 위험이 있고, 워싱턴의 세계적 입장이 크게
전환됨에 따라 유럽이 고립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그러나 미국 대통령이 왜 미국의 전통적인 파트너가 아닌 러시아를
선택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러시아의 요원이라거나 푸틴에게 빚을 졌다는 등의 주장이 있지만 이 같은 주장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아마도
중국과의 대립에 있어 러시아가 미국의 동맹이 돼야 한다는 미국 우익의 '이데올로기적 환상'이 미국의 극적인 지정학적
변화를 촉발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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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8일 미국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설전을 벌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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