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이번 여름 들어 유독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 폭염에 전력수요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력총수요와 최대전력수요 모두 기존 최대치를 경신했다.

전력당국은 이렇듯 역대급 폭염과 사상 최대 전력수요가 발생하는 상황 속에서도 수급관리에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불시에 가동을 멈춰 전력공급에 차질을 일으킨 원전 등의 관리는 여전한 숙제로 지목된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올 여름철 최대전력수요는 지난 13일 오후 6시에 발생한 94.6기가와트(GW)다. 이는 역대 여름·겨울철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로, 직전 최대치인 2022년 12월 23일 94.5GW를 넘어섰다.

김기랑 경제부 기자

앞서 전력당국은 올 여름철 전력피크 주간을 8월 2주(5~9일)로 예상했다. 예상 최대전력수요는 92.3GW로, 지난해 여름(93.6GW)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남부지방에 구름이 유입돼 태양광 이용률이 낮아지는 예외적 상황이 발생할 경우 97.2GW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폭염이 지속되면서 전력피크 주간을 넘어선 8월 3주(12~16일)에도 연신 새로운 전력피크가 발생했다. 최대전력수요는 ▲5일(93.8GW) ▲12일(94.5GW) ▲13일(94.6GW) 순으로 기록을 갈아치웠다. 전력당국이 예상했던 최대전력수요도 이미 초과했다.

전력시장 외 전력수요를 모두 합한 전력총수요도 100GW를 넘어섰다. 전력총수요는 지난 12일 오후 2~3시 102.2GW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전력총수요가 100GW를 돌파한 것은 지난해 8월 7일(100.5GW)과 8일(100.2GW) 이후 세 번째다.

전력당국은 올 여름철 정전 등 큰 사고 없이 무탈히 수급관리에 성공했지만, '옥에 티' 격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최근 들어 불시에 가동을 멈춘 다수의 원전은 수급관리에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특히 원전은 화력과 더불어 전력 생산의 양대축을 담당하는 발전원이라는 점에서 더욱 문제의식이 크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이달 1일 오전 7시 7분경 신한울 1호기 터빈이 자동 정지됐다. 이후 신한울 1호기는 일주일여간 가동을 멈췄다가 전력피크 주간이 끝나는 날인 9일 오후 11시 20분에야 정상 운전 출력에 도달했다. 앞서 신한울 2호기는 지난 6월 터빈제어계통 이상으로 발전을 멈췄다가 20일 만인 7월 9일에 가동을 재개했다.

이 외에도 월성 3·4호기와 고리 2호기, 한울 3·5호기, 한빛 6호기 등이 멈춰 있는 상태다. 앞서 월성 4호기에서는 지난달 22일 사용후핵연료 저장수가 바다로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이달 7일 월성 3호기에서는 케이블 설치 작업 중 작업자 혼촉으로 인해 변압기가 정지되는 사고가 났다.

계속운전을 위한 설비개선 작업 중인 고리 2호기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계획예방정비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18개월이란 소요시간을 고려해 원전별로 시기가 크게 겹치지 않도록 설정한 작업이지만, 신한울 1호기 등이 예상치 못하게 가동을 멈추면서 당초 계획에는 차질이 생겼다. 앞서 전력당국은 올 여름철에 총 21기 원전을 가동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은 이보다 1기가 부족한 20기다.

전력수요는 해가 갈수록 더욱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대전력수요는 올 여름철까지 5년 연속으로 최대치를 경신했다. 전력총수요도 지난해 처음이자 이틀 연속으로 100GW를 넘어선 이후 올해에는 이보다 소폭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100GW 시대'는 이제 새삼스럽지 않은 표현이다.

기후변화와 이상기후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여름철마다 폭염이 더욱 심해질 것이란 사실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국내 산업 발전과 전기화 등에 따라 전력수요가 대폭 증가하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할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반도체 클러스터 등을 꼽아볼 수 있다.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도 AI 패권 경쟁을 위한 기반이 되는 전력수급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런 전망 속에서 전력당국과 한수원 등은 예기치 못한 원전 사고와 가동 중단 등을 더욱 신경써서 관리해야 할 책임이 막중하다. 더구나 올 여름철에는 전력피크 주간에 원전 1기가 가동을 멈춰 큰 우려를 샀던 바 있다. 전력수급이 세계적인 에너지 확보전으로 불붙을 정도로 중요한 경쟁력이 된 만큼, 우리도 늘어나는 수요와 인프라에 맞는 합당한 능력을 갖춰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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