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과학기술분야의 연구과제 중심 운영제도(PBS) 개편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됐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주 인사청문회에서 변화의 필요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지는 두고 볼 일이라는 반응도 적지 않다. 연구현장에서는 '반신반의'하는 표정이다.

유상임 후보자는 지난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연 인사 청문회에서 PBS 제도와 관련 "지금의 시기는 변화가 반드시 와야 한다"며 "인공지능(AI) 시대가 이를 더욱 촉발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08.08 leehs@newspim.com

이날 국민의힘 신성범 의원은 "연구·개발(R&D) 총액도 중요하지만 그들만의 리그에서 성의없이 예산을 쓰는 것도 있을 수 없다"면서 "PBS를 보면 다들 연구비, 인건비 때문에 단기 소액과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PBS 제도개선은 문재인 정부도 강조했고, 지난 대선 때에도 이재명 대표,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자시절에 공약했다"며 "실패하지만 미래가 있는 것을 못하고 도전적으로 하는 것도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 참석한 이영국 한국화학연구원 원장은 "PBS를 원천적으로 없애면 연구의 효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후보자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과학기술 연구현장에서는 유 후보자가 과기부 장관에 취임할 경우, 실제 PBS 개편을 추진할 지 여부를 두고 지켜보는 모습이다. 

PBS가 도입되기 바로 전해인 1995년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정부연구개발 투자액의 41.3%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낮은 성과와 운영의 비효율성에 대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사업수행활동과 예산의 흐름을 연계시키기 위해 PBS가 곧바로 도입됐다.

그동안 기관운영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연구수행의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연구개발 사업 관리의 투명성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기술 연구현장 모습 [자료=게티이미지뱅크]

다만 문제도 적지 않았다.

경직성 예산인 인건비를 변동성이 강한 경쟁예산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기관 운영예산 확보에 불안감을 높였다. 연구자 개인차원에서는 다수의 연구과제를 수행해 연구역량이 분산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실제적인 운영과정에서 인건비 및 간접비 산정·관리가 부실해졌고 연구책임자의 연구비 집행 권한도 부족하게 됐다. 잔여예산의 정산문제, 정부연구개발사업비에 대한 회계원칙 부재 등의 문제도 불거졌다.

연구현장에서는 그동안 PBS 폐지를 강조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제도 개선이 실제 가능할 지에 대해서는 기대가 높지는 않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이미 과기부를 거쳐간 몇몇 장관들도 모두 PBS 개편을 하겠다고 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만 호소했다"며 "단순히 장관의 의미만 갖고 풀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이젠 알게 된 만큼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연구현장에서는 PBS 개편에 앞서 R&D 예산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부분을 먼저 지적한다. 올해 R&D 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과학기술계의 연구과정을 카르텔로 묶어 일괄적으로 예산을 감축해 연구자들의 반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연택 공공과학기술연구노동조합 위원장은 "원칙적인 방향에서 경쟁을 도입하는 취지가 근본적으로 없어져야 하고 자율과 안정적인 지원을 해주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며 "수시로 바뀌는 정부의 정책적인 태도가 없어져야 하는데, 포스트 PBS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지속성에 대한 보장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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