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수입산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특히 이번 조치에는 "어떠한 예외나 면제도 없다"고 분명히 밝혀 그간 무관세 혜택을 봤던 한국 철강 업계에도 피해가 우려된다.

10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에 관해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부여했던 면제를 종료하고, 이들에 25% 관세를 적용하는 내용이 담긴 포고문에 각각 서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만드는 시작이 될 중요한 사안(a big deal)"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 미국 관계자를 인용해 이번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가 오는 3월 4일부터 발효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수입산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는 종전 10%에서 25%로 인상되고 철강 제품에 대한 25% 관세는 예외 없이 적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블룸버그]

 

◆ 무관세 쿼터 폐지되나... 韓 철강 업계 '긴장'

미국 시장에 네 번째로 많은 철강제품을 수출하는 우리나라의 철강 업계는 "어떠한 예외나 면제 없이" 25% 관세를 매기겠다는 트럼프 대통령 발표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는 트럼프 집권1기였던 2018년 3월 발동됐다.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철강 수입품에 25%,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부과한 조치였는데, 2019년에 캐나다와 멕시코를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이후 많은 예외 조항들이 만들어졌다.

당시 한국 정부는 협상을 통해 철강 대미 수출에 대해 '쿼터제'(물량제한)를 적용해 수출량을 30% 줄이고, 미국 측의 민감품목인 화물차(픽업트럭)의 관세철폐 기간을 20년 연장했다.

또 철강은 직전 3년간 평균 수출량의 70%에 해당하는 무관세 쿼터(연간 263만t)를 받아 지금까지 그 범위 안에서 무관세로 수출 중이다.

하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예외나 면제도 없다고 선을 그은 만큼, 한국을 비롯해 그간 면세 쿼터 혹은 과세 예외 적용을 받은 국가들의 반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의 미 철강 수입 시장 점유율은 9.7%(2024년 기준·미 철강협회 기준)로, 트럼프 관세 발효 즉시 한국 수출 철강제품 가격 경쟁력 하락과 수출 감소가 예상된다.

일본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니혼게이자이는 "예외 조치(면세 쿼터)를 적용받았던 일본의 철강 제품도 25% 관세 부과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다음 표적은 자동차와 반도체, 제약

트럼프 대통령은 예고한 대로 오는 11~12일 이틀에 걸쳐 상호 관세 조치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동차, 반도체, 제약 부문에서도 관세를 검토 중이라고 밝혀 품목별 관세 조치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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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국가들의 보복 관세 조치 가능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날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건설적 논의가 있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호주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서는 25% 관세를 면제하는 것을 검토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발언이 나온 뒤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에 "예외나 면제가 없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 뉴스와의 별도 인터뷰에서 다른 국가들이 미국에 수년 동안 관세를 매기는 등 이익을 취하고선 "이제 와서 갑자기 미국만 관세가 안 된다고 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해당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도 10일이나 11일 중에 상호 관세에 대한 "매우 자세한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