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미국 경기 침체 우려만으로 2일 코스피가 하루 사이 100포인트 넘게 폭락했다. 외국인 등 기관투자자들이 대거 우리나라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주들이 10% 가까이 하락했다.

이날 코스피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101.49포인트(3.65%) 내린 2676.19로 집계됐다. 개장과 동시에 전장 대비 58.29포인트(2.10%) 내린 2719.39로 출발해 개장 직후 잠시 2720선을 회복하기도 했으나 장중 2666.40까지 떨어지는 등 저지선이 계속 뚫렸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2700선 아래로 하락한 것은 지난 6월5일(2689.50) 이래로 약 2개월 만이다.

코스닥 지수 또한 전 거래일보다 34.20포인트(4.20%) 내린 779.33에 마감했다. 증시 폭락은 외국인 등 기관투자자들이 주도했다. 외국인이 8483억원, 기관이 7736억원 각각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1조6154억원 매수했다.

특히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 현·선물 합계 하루만에 3조원 가까이 순매도(현물 8483억원, 선물 2조원)했다. 기관과 외국인의 공통 매도 물량 상위에는 삼성전자(-4.21%), SK하이닉스(-10.4%) 등 반도체 대형주와 KB금융(-5.78%), 현대차(-3.75%), 기아(-4.46%), HD현대일렉트릭(-14.2%) 등에 집중됐다. KODEX 반도체 -7.80%라는 숫자에서 알 수 있듯이 반도체가 증시 하락분의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반도체만 약한 것이 아니라 모든 종목이 하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0.75%), 삼성SDI(+0.75%) 등 2차전지 제조업체와 SK텔레콤(+0.93%), KT(+0.26%) 등 방어주들만 선방했다. 이날 코스피 상승종목 58개, 하락종목 868개였다. 코스닥 상승종목 142개, 하락종목 1461개로 무차별 매도세가 출현했다.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2일 오후 3시 30분 코스피가 전날 종가보다 101.49포인트(-3.65%) 큰폭으로 하락하며 2,676.19, 코스닥은 34.29포인트(-4.20%) 하락한 779.33으로 장을 마감하며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 대비 4.90원(0.36%)상승한 1,371.10원에 오후 3시30분 거래를 마감했다. 2024.08.02 yym58@newspim.com

우리나라 증시 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 증시가 폭락했다. 일본 니케이225 -5.81%, 대만 가권지수 -4.43%, 홍콩 항생 지수 -2% 등 각각 하락했다.

조준기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어제 갑자기 얹힌 경기침체 내러티브에 미국 증시가 급락한데에 더해서 장 종료된 이후 발표된 실적들도 하방을 키우는 역할을 했다. 국내 증시도 매수세가 실종된 투매가 목격됐고 이러한 상황은 국내 증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고 아시아 증시 전체적으로 크게 약한 것을 공통적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그동안 종가 기준 올해 2월 이후 한 번도 뚫리지 않으면서 코스피의 강한 지지선으로 작용하던 120일선도 쏟아지는 매도 물량 폭탄에는 견디지 못하고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졌다"고 했다.

밤사이 미국의 각종 경제 지표가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할 가능성을 가리키면서 국채 금리는 하락하고 미국 뉴욕증시가 폭락하면서 이날 우리 증시 폭락도 예견됐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494.82포인트(1.21%) 내린 4만347.97에 마감했다. 대형주 위주의 S&P500지수는 75.62포인트(1.37%) 밀린 5446.68,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405.25포인트(2.30%) 내린 1만7194.15로 각각 집계됐다. 이날 3대 지수의 낙폭은 지난달 24일 이후 최대였다.

개장 전후로 발표된 경제 지표는 고용과 제조업의 둔화 신호를 보냈다.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6.8로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낮았다. PMI는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 미만이면 위축을 나타낸다. 미 노동부가 공개한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4만9000건으로 11개월래 최대치였다.

지표 둔화가 뚜렷해지면서 투자자들은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가 너무 늦어 경기가 큰 폭으로 악화할 것을 우려했다. 전날 연준은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9월 금리 인하 논의 가능성을 띄우며 비둘기파적인 면모를 보였다.

인터렉티브 브로커스의 호세 토레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많은 경제 지표들이 수렴하면서 시장은 패닉모드에 근접하고 있으며 이것은 위험자산 회피로 이어지고 있다"며 "주식이 완벽을 반영했지만, 경제가 완벽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에 대한 역풍이 너무 거세다"고 진단했다. 르네상스의 닐 두타 거시 리서치 책임자는 "현재 진행 중인 경제 지표의 약화는 분명해졌고 연준이 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때까지 그들은 뒤처진 것으로(behind the curve)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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