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바름 기자 = "죄송하지만, 국회에 다시 들어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국정감사 기간, 바쁜 시간을 쪼개 함께 저녁을 먹던 어느 국회의원실 보좌진은 밀려오는 전화와 문자에 대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장시간 자리를 비우고 온 그는 음식을 남겨두고 자리를 떠야겠다고 말했다. 피감기관의 자료 제출 등과 관련해 문제가 생긴 듯, 표정이 그리 좋지 못했다. "국감 끝나고 보자"고 인사하며 빠른 걸음으로 국회로 돌아가는 그는 내내 같은 의원실 보좌진들과 쉴 틈 없이 연락을 주고 받았다.

이바름 정치부 기자

22대 국회가 들어서고 첫 국감이 시작됐다. '국회의 꽃'이라고 불리는 국감은 농부의 가을 추수철과 비슷하다. 1년 농사를 잘 지어 수확을 앞둔 농부의 마음처럼, 300명의 국회의원들과 보좌진들은 1년 간의 의정활동을 통해 보고, 듣고, 느낀 현안들에 있어 부족하거나 보완 또는 수정이 필요한 자료들을 찾아 관계기관 등에게 요구한다.

자료들을 샅샅이 살펴 국감장에서 질의하고 답변을 듣는 과정에서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한다. 의원 자신의 의정활동을 효과적으로, 단시간에 홍보해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을 수 기회의 시기가 바로 한 달도 채 되지 않는 국감 시기인 것이다. 과거 초선의원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논리정연한 질의로 국감에서 활약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2013년 증인으로 출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겨 큰 인상을 남겼다.

이 시기가 되면 몇날며칠을 의원회관에서 보내며 국감 준비에 열을 올리는 이가 적지 않다. 대부분 의원실에 소속된 보좌진들이다. 한달 남짓한 기간에 자신의 의원을 돋보이게 색칠하고, 화장하고, 꾸미는 이들은 모두 보좌진들의 임무이자 역할이다. 그렇기에 계속된 질의서 작성과 각종 현안 파악 등 갖은 걱정으로 날밤을 새우기도 한다. 덕분에 의원회관 샤워실도 모처럼 사람으로 붐빈다는 전언이다.

이들의 옷차림은 어두우면서 오래 앉아 있을 수 있는 편한 재질로, 컴퓨터 화면과 글자를 꼼꼼하게 볼 수 있도록 안경은 기본이다. 몰려드는 졸음을 억지로 깨우기 위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역시 필수라고 한다. '의원실 보좌진의 모습을 보면, 해당 의원이 국감에서 얼마나 활약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을 정도다.

그런 보좌진들이 이번 국감을 두고 한숨만 내쉬고 있다. 공을 들인 농사에 성공하지 못했다는데, 이유가 다들 다르지 않다. 사소한 이슈라도 '명태균'이라는 이름 세 글자만 들어가면 모든 관심이 집중되니, 시간과 정성을 들여 준비한 정책 질의 등은 대부분 스쳐 지나간다고 하소연한다. 아직 첫 주차에 불과하지만, 이미 뚜껑을 열어 탄산이 빠져나가버린 사이다가 다시 제 맛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자조도 나온다.

어느 정치인의 말대 "가십이 나라를 흔드는 세상!"이 참 아이러니하다. 국감 첫 주에 기억에 남는 게 '명태균'이라는 이름뿐이라는 것도 그렇다. 병충해에 든 것인지, 태풍이 불어닥친 건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국민적 관심사에 씁쓸한 뒷맛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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