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인도 국립병원에서 발생한 여성 수련의 강간·살해 사건이 사회적 공분을 사면서 시위 규모가 확산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힌두스탄타임즈 등에 따르면, 독립기념일이었던 전날 인도 전국 도시에서 시위대 수십 만명이 촛불을 들고 밤새 행진했다. 시위대의 손에는 '정의를 원한다', '더는 성폭행은 안 된다', 강간범 옹호를 멈춰라' 등의 문구가 쓰인 팻말이 들려 있었다.

이번 시위는 지난 9일 인도 서벵골주 주도 콜카타의 국립 RG카르의과대학에서 발생한 여성 수련의 강간 및 살해 사건으로 촉발됐다. 근무를 마치고 병원 세미나실에서 잠들었던 31세 수련의는 반나체 상태의 시신으로 발견됐다.

피해자는 성기와 눈,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고 목 연골도 부러진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가 잔혹하게 구타당하고 성폭행 당한 뒤 살해된 것으로 보인다는 부검 결과가 나왔다.

여성을 겨냥한 성범죄가 의료 시설인 병원에서까지 발생하면서 인도 전역은 충격에 휩싸였다. 서벵골주 의료계는 즉각 파업을 선언했고, 이후 다른 주에서도 의사와 간호사·대학생들이 파업에 동참한 데 이어 전국 범위로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인도의사협회(IMA)는 전국 파업을 선언했다. 17일 오전 6시부터 8월 18일 오전 6시까지 전국 의료기관은 응급실 등 필수 서비스를 제외한 기타 의료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기 외래 진료와 비필수 수술이 중단된다.

시위대는 법적 개혁 및 성범죄 근절 약속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수준의 성폭행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열악한 의료진 처우 개선과 함께 여성 인권 보장, 성 범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IMA는 보건부에 서한을 보내 "비인간적인 업무 부담과 직장에서의 폭력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인도 정부가 2012년 뉴델리 여대생 집단 성폭행 및 살해 사건 이후 성범죄 관련 범죄 형량을 강화했지만 실제 효과는 거의 없다는 게 현지 활동가들의 분석"이라고 전했다.

인도 국가범죄기록국(NVRB) 자료에 따르면 인도 내 여성 대상 성범죄는 연간 3만 건 이상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2만 5000건을 기록한 뒤 2016년 3만 9000건으로 정점을 찍었고, 2022년에는 3만 1000건의 성범죄 사건이 보고됐다.

당국이 최소 10년형, 피해자가 12세 미만일 경우에는 사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형량을 대폭 높인 데 더해 처벌 대상 기준을 16세로 낮췄지만 피해 규모는 계속해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레베카 엠 인도 형사 사건 전문 변호사는 "일부 성범죄자들은 범죄를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법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며 "법률이 일관되게 적용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성범죄에 대한 유죄 판결율은 낮은 수준이다. NCRB 자료에 따르면, 2018~2022년 발생한 성범죄의 유죄 판결율은 27~28%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15일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이 사건을 언급하며 "여성 대상 범죄를 저지르려는 사람들에게 법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줄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뭄바이 로이터=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사람들이 2024년 8월 14일 인도 뭄바이의 한 거리에서 콜카타의 정부 운영 병원에서 수련 의료진의 강간 및 살인을 비난하는 추모 집회에서 포스터를 들고 있다 2024.08.16 hongwoori8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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