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2019년 시행된 제36회 관세사 시험문제 부정 출제로 피해를 봤던 수험생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정회일 부장판사)는 A씨 등 수험생 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사진=뉴스핌DB]

앞서 A씨 등은 2019년 제36회 관세사 2차 시험에 응시했다가 불합격 처분을 받았다. 그런데 당시 시험문제 중 일부가 사설학원 모의고사 문제와 똑같이 출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A씨 등은 불합격 처분이 위법하다며 한국산업인력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조사 결과 당시 관세사 시험 출제위원이었던 강모 씨와 이모 씨는 지인인 관세학원 대표에게 모의고사 문제를 받아 일부 문구만 수정한 뒤 관세사 시험의 '관세평가' 과목과 '관세율표 및 상품학' 과목의 시험문제로 출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출제위원 강씨와 이씨는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불합격 처분을 받았던 A씨 등 수험생들도 행정소송에서 승소했고, 한국산업인력공단은 부정출제 문제를 모두 만점으로 처리하는 방법으로 다시 채점해 A씨 등을 합격 처분했다.

이후 A씨 등은 "(합격 처분이 바로 이뤄졌다면) 3년간 관세사로 영업할 수 있었음에도 영업을 하지 못한 일실 손해와 공정한 시험을 치르고 공정한 채점을 받을 권리의 침해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관세사 시험은 원칙적으로 절대평가 방식에 의해 합격자를 결정하고 있다"며 "학원 모의고사를 통해 부정출제 문제를 미리 접한 수험생들이 그렇지 않은 수험생에 비해 우연히 유리한 상황에 있었을 뿐이고 부정출제 문제를 미리 접하지 못한 수험생들이 합격 여부에 있어 불리한 상황에 놓이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

이어 "한국산업인력공단은 관련 행정사건이 확정된 후 부정출제 행위의 위법성을 시정하기 위해 부정출제 문제를 모두 만점으로 처리했고 이에 따라 원고들은 합격자로 결정됐다"며 "원고들로서는 문제 자체에는 특별한 오류가 없는 부정출제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했음에도 문제의 답안을 완벽하게 작성한 것과 같이 취급되는 이익을 얻었다고 보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부정출제 행위로 원고들이 2019년 관세사 시험의 합격자로 결정되지 못했다고 볼 근거는 없다"며 "오히려 원고들이 2022년 합격자로 결정된 것은 이 사건 부정출제 문제를 만점 처리하는 방법으로 시정하기로 한 결과에 따른 반사적 이익으로 봐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들이 이 사건 부정출제 행위로 일실 수입 상당의 손해나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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