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 도중 총격을 당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정치인 유세장 안전 대비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정치인 대상 범죄가 조직적 배후가 없는 자생적 테러리스트인 '외로운 늑대'(lone wolf)로 인해 벌어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범죄를 일으킬 잠재자는 늘어나고, 대비는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치인 대상 테러를 방지하려면 근본적으로 '팬덤정치'에 기대 상대방에 대한 비방과 혐오를 일삼는 정치 문화를 이번 기회를 통해 바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을 수사 중인 미연방수사국(FBI)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이번 사건을 용의자 토머스 매슈 크룩스의 단독 범행이라고 밝혔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야외 유세 도중 총격을 당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이번에도 용의자는 세력 없는 '외로운 늑대'

FBI는 또 용의자 크룩스가 정신병을 앓았거나 온라인에서 위협적인 행동을 한 증거를 찾지 못했고, 특정 이념에 연루됐다는 것도 확인하지 못했다. 암실시도에 나선 범행동기도 뚜렷이 밝혀진 게 없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3일 대선 유세 도중 오른쪽 귀 윗부분을 스치는 총격을 입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지만 유세에 참석했던 지지자 1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크룩스는 유세장 인근 건물 옥상에 올라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총격을 가했다. 해당 건물이 유세장 밖에 있는 탓에 소지품 검사를 피할 수 있었다. 그는 총 8발을 쏜 뒤 현장에서 사살됐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이번 암살 시도가 최근 유력 정치인을 대상으로 벌어진 범죄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분석했다.

조직적 세력이 없는 단독 범행이라는 점이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용의자 역시 경찰 조사 결과 특별한 배후가 없는 '외로운 늑대'형 테러리스트로 가닥이 잡혔다. 

한국에서 벌어진 현역 정치인 대상 테러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에게 흉기를 휘두른 용의자 역시 단독 범행이라고 진술했으며,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을 피습한 중학생도 단독 범행으로 결론이 났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피습 당했던 당시 입원 중인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학교병원에 경비가 강화된 모습. 2024.01.25 leehs@newspim.com

◆징후 없는 단독 범행 "위험 곳곳에 도사린 것"

전문가들은 이처럼 범행 전 특별한 징후를 발견하기 어려운 단독 범죄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단독 범행이 늘어나는 이유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며 "정치적 측면에선 혐오정치가 만연해졌다는 것, 사회적으론 외부로부터 각종 사회병리 현상에 노출되는 고립된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히키코모리나, 미국의 외로운 늑대 등 고립된 이들이 일으키는 단독 범행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위험성이 잠재된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정치인들의 선동적인 발언이 그들을 자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이나 군이 모든 정치인을 보호할 여력이 없고, 의무도 아닌 만큼 정치테러를 줄이기 위해선 정치인들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아가 자정 노력이 잘 안되고 있는 만큼, 노력을 끌어낼 제도적 변화에 대한 필요성도 대두된다.

경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 피습 사건을 계기로 주요 인사 전담 경호대와 각 시도청 경호 전문화 부대 등을 대상으로 경호 안전활동 강화 교육과 현장점검을 오는 19일까지 실시하기로 했다. 

경찰은 국내에서도 유사사례가 일어날 것을 우려하면서 경호 위해 예방을 위한 활동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정치인은 경찰이 경호해야 할 대상은 아니다. 경찰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에만 직무집행법에 따라 선거 후보자 신변보호를 목적으로 경호 인력을 투입한다. 

◆자정작용에 대한 기대 대신 제도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정치인들이 정치 테러를 당하는 것은 그간 팬덤을 통한 혐오정치를 이용해 온 대가라며 법 개선을 통해 자정 작용을 끌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인 강성 팬덤은 목소리가 크기 때문에 일부 의견임에도 여론처럼 번지고, 정치적 상대방에 대한 공격도 해준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팬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끊어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자정작용에만 기대면 안 된다"라며 "정치인들이 자신의 정치자금을 개인 경호에 쓸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하고, 팬덤의 눈치를 과도하기 보지 않고 발언 수위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조절하도록 국민소환제를 실시해야 정치의 감성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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