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딩 충전재 논란에... 지그재그·에이블리, 소극적 규제 vs 무신사·신세계인터, 자체 전수조사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국내 패션업계에서 패딩 충전재 비율 등을 오기재한 사실이 연이어 적발되고
있다. 패션업계는 하청 구조가 만연해 협력업체에서 이를 숨기면 발견이 어렵고, 특히 플랫폼의 경우 입점 브랜드사가 너무
많아 일일이 감별하기도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플랫폼은 자체 전수조사를 실시하거나 전문 인증기관과 MOU를 체결하는 등 재발 방지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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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백화점에서
손님들이 패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신세계백화점] |
◆ 패딩 충전재 논란 속 플랫폼 대응 '엇갈려'
25일 업계에 따르면 충전재 이슈가 이어지며 각 사에서 자체적인 규제를 시행 중이다. 규제는 크게 소극적, 적극적
규제로 나뉜다.
소극적 규제는 입점 브랜드에 정확한 상품 정보를 제공할 것을 고지하고, 위반 시 페널티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방법만으로는 허위 기재를 적발하기 어렵다. 충전재 오기재가 적발된 브랜드의 경우 단순 실수보다 의도적으로 시험성적서를
조작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충전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동대문 사입 제품이 주를 이루는 지그재그, 에이블리 등은 별도의 전수조사 없이 소극적 규제만 시행하고 있다. 해당
업체들은 "동대문 사입 제품 비중이 높아 전수조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패션업계의 유통 구조가 복잡한 만큼, 플랫폼별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입장도 이해되지만, 가장 큰 피해자는 소비자"라며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대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그재그와 에이블리에는 동대문 사입 외에도 다양한 브랜드 제품이 입점해
있으며,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다운 및 캐시미어 소재 의류가 판매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롯데온 역시 소극적 규제에 머물러 있다. 현재는 혼용률 표시 기준을 고지하고, 페널티 부과를 예고하며 시험성적서를
제출받는 수준이다. 앞서 롯데온은 무신사에서 퇴출된 브랜드를 입점시켜 논란이 일었고, 이후 해당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롯데온 관계자는 "약 3개월 후 시험성적서를 다시 제출받아 검토한 뒤 판매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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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톰보이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과문. [사진=신세계톰보이 홈페이지 캡쳐] |
◆ 8000개 브랜드 전수조사·인증기관 MOU 등 적극 규제 나선 플랫폼
반면, 자체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검증 절차를 강화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플랫폼도 있다.
가장 발 빠르게 나선 곳은 무신사다. 무신사에서는 초기 두 개 브랜드의 패딩 충전재 비율 허위 기재가 적발되며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무신사는 전수조사에 착수해 추가로 42개 브랜드, 165개 제품에서 동일한 문제를 적발했다.
8000개 이상의 브랜드가 입점해 있어 전수조사가 쉽지 않음에도 정기적인 모니터링과 자체 블라인드 테스트를 도입하며
검증을 강화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자회사 신세계톰보이는 자체 전수조사를 통해 브랜드 2곳, 13개 제품에서
혼용률 허위 기재를 적발하고, 현재 리콜을 진행 중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전날 공식 홈페이지에 해당 내용을 공지하며
신뢰 회복에 나섰다.
W컨셉은 외부 시험 기관에 의뢰해 랜덤 검사를 진행 중이며, 국제 공인시험인증기관과 협력해 품질 검사 프로세스를
강화하고 있다. 1차로 200여 개 브랜드, 3000여 개 제품을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했으며, 향후 검사 대상 브랜드와
품목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하청 구조와 방대한 브랜드 수로 인해 검열이 어려운 환경이지만, 선제적 대응이 없을 경우 패션업계 전반의
신뢰도가 하락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무신사 관계자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도 품질 관리를 철저히 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단기적인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더라도, 투명한 거래 환경을 구축해 고객과 입점 브랜드가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