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글로벌 투자은행 UBS그룹이 인도 경제 성장 둔화를 이유로 루피 매도 및 주식 비중 축소를 조언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도 증시 시가총액은 지난 한 달 동안 약 5000억 달러 감소했고,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인도 지수는 2016년 이후 최악의 출발을 보였다. 달러당 루피 환율은 이달 86루피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하면서 아시아 통화 중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인도 증시의 부진과 루피 가치 하락은 인도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둔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성장세 둔화는 가뜩이나 실망스러운 기업 실적에 부담을 줘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더해 미 국채 금리 급등 등 외부 리스크가 증가한 것도 인도 정책 입안자들이 성장세 회복에 우선 순위를 두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UBS의 마닉 나라인 신흥국 전략 연구 책임자는 "4조 달러(약 5832조원) 규모의 인도 경제가 유가 상승이나 정부 지출 둔화 등의 경기 순환적 요인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구조적 침체에 접어들었다"며 "신용 성장·외국인 직접 투자·수출 경쟁력·수익 잠재력이 둔화하고 있고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공식 취임한 뒤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인도가 다른 신흥 시장에 비해 '트럼프 리스크'와 거리가 있다는 인식에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며 "잠재적으로 더 높아질 수 있는 미국 금리 환경은 주요 신흥국 중 정부 수익 대비 채무 상환 부담이 큰 인도에 있어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계 자산 중 주식 투자 비중이 커진 것, 높은 밸류에이션도 인도 증시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UBS에 따르면, 인도 가계 금융 자산 중 23%가 주식에 투자돼 있고, 나머지 60%는 예금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라인은 "이러한 지표는 인도 증시를 더 이상 '미개척 시장'으로 부를 수 없음을 의미한다"며 "인도 주식이 다른 신흥 시장보다 72% 더 높게 평가되고 있는 것 등을 고려해 MSCI 신흥시장 지수에 포함된 인도 주식에 대해 '비중 축소'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나라인은 이어 "투자자들은 루피 가치가 올해 2.6% 추가 하락할 것을 염두에 두고 루피 약세 옵션을 매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hongwoori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