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복권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분위기가 당내 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양측 모두 추가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중진급 의원들과 친한계 의원들이 한 대표의 입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계 관계자는 12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민심과 당심을 전달하는 것이 당의 역할인 거고 (한동훈) 대표님은 그 역할을 충실히 다 하셨던 것"이라며 "이제 당에서 전달될 것들은 다 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오후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거행된 제9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4.03.22 photo@newspim.com

이어 "오늘은 더이상 추가적인 얘기는 없는 것 같고 대표님도 충분히 이야기했기 때문에 더이상 새로운 이야기를 할 것 같진 않다"며 "대통령님의 최종적인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다른 친한계 의원은 "당정 갈등이라기보단 오히려 건전한 당정 관계라고 생각한다"며 "그간 대통령실에서 결정하면 끝나는 식으로 되고, 당에서 제대로 된 의사 표명도 못하는 수직적 당정 관계에 대한 비판이나 반성이 많지 않았냐"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되지 않게끔 한 대표가 실천하고 있는 것이고, 결국 그게 윤석열 정부와 대통령실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다른 친한계 관계자도 "오늘 4선 의원들이 모여서 김 전 지사 복권에 반대 입장을 전했는데, 이외에도 많은 의원들이 (복권을)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일부 소수 친윤 의원들 의견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당원들이나 당협위원장들, 의원들의 생각은 거의 다 같다"고 말했다.

신동욱 원내수석대변인도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도 드루킹 사건을 직접 취재한 사람으로서 '김 전 지사를 복권시켜주는 것이 맞는가'라는 생각을 한다"면서 "그러나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의 통치권적 차원에서의 사면은 다른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한 대표가 지속적으로 대통령실과 각을 세우는 발언을 할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당직을 맡고 있어 직접 듣고 본 것이 아닌 것을 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한 대표는 다음 대선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분 아니냐. 그런 점에서 바라보면 (한 대표의 발언이)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친윤계에선 한 대표가 복권에 반대하는 것을 두고 납득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에 대한 의견이 있으면 여당 대표로서 비공개로 대통령실에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관행"이라며 "다시 한번 당정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을까 굉장히 우려된다"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드루킹 대선 여론조작 사건의 최대 피해자는 당시 탄핵 대선에 출마했던 나와 안철수 의원"이라며 "뜬금없이 (김 전 지사를) 사면해 준 당사자가 복권을 반대한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적었다.

이어 "그런 엉뚱한 짓 하지 말고 야당이 폭주하는 국회 대책이나 세우는 게 급선무이지 않나"고 비판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지난 11일 '정운갑의 집중분석' 라디오에서 "한 대표가 자신이 법무부 장관 시절 사면했던 김 전 지사의 복권을 반대하고 나서니 특이하고 의아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집권 여당 대표가 (대통령 권한에) 강하게 의견을 피력하니 걱정스러운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사면·복권 문제는 헌법에 부여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했다.

앞서 김 전 지사는 일명 '드루킹' 김동원 씨 일당과 공모해 2016년 11월부터 문재인 전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여론을 조작한 혐의로 2021년 7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김 전 지사는 2022년 12월 신년 특별사면에서 5개월여의 잔여 형기 집행을 면제받았지만 복권되지 않았다. 그는 2027년 12월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윤 대통령은 오는 15일 이전 김 전 지사의 광복절 특별 복권을 재가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한 대표는 김 전 지사가 선거 공정성을 훼손한 중죄를 범하고도 이를 인정하고 반성하지 않는다며 복권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allpas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