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의 일환인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이 대주주 이익만 좇는 것 아니냐는 비판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공을 들여 추진 중인 밸류업 프로그램에도 역행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두산 합병 무산 가능성 얘기도 언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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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복현 금감원장 “증권신고서 횟수 제한없이 정정요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두산그룹 구조 개편과 관련 증권신고서에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 제한 없이 지속해서 정정 요구를 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두산 계열사가 제출한 첫 번째 증권신고서에 구조 개편의 효과와 위험 등이 충분히 기재됐는지를 봤다”며 “일반주주의 주주권 행사 과정에 필요한 정보가 조금이라도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지속해서 정정 요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4년 8월 8일자 이복현 "두산로보틱스 정정신고서, 부족하면 횟수 제한 없이 정정 요구할 것" 참고기사>

앞서 금감원은 두산 사업구조 개편과 관련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비율 등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시각을 보여왔다.

실제로 지난달 25일 사업구조 개편의 필수 절차인 증권신고서의 정정을 요구하면서 반려한 바 있다.

이번 이복현 금감원장의 ‘증권신고서 횟수 제한없이 지속해 정정 요구하겠다’는 발언은 비판을 받는 지점인 대주주 배불리기, 정부 밸류업 역행 등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실상 무산시키겠다는 의도로 비춰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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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의지와 상관없이 합병 통과 큰 난관”

지난달 12일 두산그룹은 건설장비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로봇 계열사인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넘기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두산밥캣을 기존 모회사인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떼어낸 뒤 두산로보틱스에 넘기는 구조다.

주식 맞교환 과정에서 두산밥캣 보통주 1주당 두산로보틱스 보통주 0.6주를 지급한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기업가치를 각각 5조700억원, 5조1900억원으로 추산해 산출한 교환 비율이다.

두산밥캣 소액주주들 사이에선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난해 영업이익 1조3899억원을 올린 두산밥캣의 기업가치를 같은 기간 적자를 낸 두산로보틱스와 엇비슷하게 산출한 것은 문제라는 논리다.

두산 주주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금융당국은 뒤늦게 두산 합병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의 수차례 경고에도 불구하고, 지난 4일 두산은 주주서한을 통해 계열사의 사업역량을 높이기 위한 구조 개편이라고 강행 의사를 전달하면서 논란의 불을 지폈다는 평가다.

강관우 전 모건스탠리 이사이자 더프레미아 대표이사는 알파경제에 “이복현 원장의 발언은 밥캣과 로보틱스 합병 강행의지를 밝힌 두산그룹을 겨냥한 것으로 읽힌다”면서 “금감원의 정정신고서 무한 요청 선언은 두산 의지와 상관없이 합병 통과에 큰 난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