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31일부터 상장사의 자사주를 이용한 지배력 강화가 제한되고 공시 의무가 강화된다.

증권가는 이를 통해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이 늘어나면서 주주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상장법인 자기주식 제도 개선을 위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번 제도 개선의 핵심은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배정 금지와 자사주 보유·처분에 대한 공시 강화다.
 

금융위원회. (사진=금융위)


◇ "지배력 강화 수단에 악용"

현재까지는 자사주에 대해 의결권·배당권·신주인수권 등 대부분의 주주권이 정지됐음에도, 인적분할 시에는 법령·판례가 명확하지 않아 자사주에 대한 신주 배정이 가능했다.

이를 악용해 대주주들은 추가 자금 출연 없이도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인적분할 전에는 대주주가 40%의 의결권을 행사했지만, 분할 후에는 자사주 지분까지 활용해 영향력을 70%까지 높일 수 있었다.

이는 미국·일본·독일·영국 등 주요국에서 자사주에 대해 일체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관행과도 배치됐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적분할은 각 주주가 지분율에 비례해 사업부문을 직접 보유하게 되는 방식이라 물적분할보다 주주 거부감이 적었고, 강한 반발도 많지 않았다"면서도 "그러나 인적분할 후 분할신설회사가 제3의 회사와 합병을 하거나, 자기주식의 의결권을 부활시켜 대주주의 영향력을 부당하게 확대하는 등 대주주의 사익을 추구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번 개정으로 부실 계열회사를 지원하기 위한 알짜 계열회사와의 합병, 대주주 지배력 편법 확대 등 인적분할을 발판 삼아 이뤄질 수 있는 각종 주주 권익 침해를 일정 수준 예방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사진=연합뉴스)


◇ 자사주 보유 부담 커진다

자기주식 보유에 따른 공시 부담도 크게 늘어난다.

상장사의 자기주식 보유비중이 발행주식총수의 5% 이상이 되면 자기주식 보유현황과 보유목적, 향후 처리계획까지 보고서로 작성해 이사회 승인을 받아 공시해야 한다.

또 자기주식 처분 시에는 처분목적, 처분상대방 및 선정사유, 예상되는 주식가치 희석효과 등을 구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이는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하는 관행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다.

신탁을 통한 자기주식 취득도 직접 취득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취득금액이 당초 계획보다 적을 경우 사유서를 제출해야 하며, 계획된 매입기간 종료 후 1개월 경과 전에는 새로운 신탁계약 체결이 제한된다.

엄수진 연구원은 "자기주식을 매입한 후 소각하지 않고 수년간 보유하다가 경영권 분쟁 등 이슈가 발생하면 우호 세력에게 처분하는 등, 본래 취지와 달리 자기주식이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이용되는 사례가 자주 있었다"고 지적했다.
 

밸류업 지수. (사진=연합뉴스)


◇ "자사주 소각 규모 늘어날 것"

증권가는 강화된 규제로 인해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 후 즉시 소각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확산 등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시장참여자 및 기업의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주권상장법인의 자사주 취득 및 소각금액은 전년 대비 각각 약 2.3배, 2.9배 증가했다.

지난 20일 기준 자사주 취득 규모는 18조7000억원으로 2023년 8조2000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이는 최근 7년간(2018~2024년) 최대 규모다.

금감원은 "금번 제도개선을 통해 주권상장법인의 자사주가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오용되지 않고 주주가치 제고라는 본래의 취지대로 운용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엄수진 연구원도 "제도 개선으로 인해 자기주식 매입 즉시 소각을 단행하는 기업의 증가와, 시장 전반적으로 자사주 소각 규모가 증대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