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금융투자협회·상장사들과 만나 직접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를 당부했다. 다만 업계 측에서 "실효성 없는 메아리"라는 쓴소리도 나왔다.

12일 서울 여의도 소재 한국거래소 사옥에서 '기업 밸류업 상장기업 간담회'가 열렸다. 밸류업 공시 기업을 포함한 8개 사와 유관기관(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코스닥협회, 한국상장사협의회) 등이 참석했으며,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밸류업 관련 현장 의견을 공유하고 지원방안을 논의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 상장기업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4.08.12 leemario@newspim.com

그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밸류업 관련 세제지원 방안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국회 논의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주주가치를 존중하는 경영 문화가 확산될 필요가 있다는 인식 하에 관계기관과 논의 중인 상법 개정 방안도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정부 입장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9월 중 코리아 밸류업 지수 발표, 4분기 연계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등 남은 과제들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병환 금융위원장까지 나서야 할 만큼 밸류업 참여도가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한 상장사는 ▲컴투스 ▲케이티앤지 ▲카카오뱅크 ▲BNK금융지주 ▲신한지주 ▲우리금융지주 ▲메리츠금융지주 ▲콜마비앤에이치 ▲HK이노엔 ▲콜마홀딩스 ▲DB하이텍 ▲에프앤가이드 ▲키움증권 ▲KB금융 등 총 14개 사다.

이중 예고 공시 기업을 제외하면 신한지주, 우리금융지주, 메리츠금융지주, 콜마홀딩스, 에프앤가이드, 키움증권 등 6개 사로 줄어든다. 지난 5월 2일 밸류업 지원방안이 발표된 이후 한 달간 고작 2개 사 꼴로 공시가 이뤄진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밸류업 참여도가 부진한 가운데, 이마저도 금융권에 집중된 경향이 있다"며 "상황이 안 좋다 보니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나서 상장사 참여를 독려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병환 금융위원장의 지원사격도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발언의 주체만 바뀌었을 뿐 상장사와 금융투자업계가 움직일 만한 정책의 발표는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세제 지원, 상법 개정안 등 여러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모두 계획에만 그치고 있는 실정"이라며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에 무작정 참여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형 증권사 관계자도 "예전에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 등 가시적인 목표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없는 것 같다"며 "상장사의 자발적 참여에만 의존하고 있으므로 밸류업 프로그램의 진척을 논의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제 혜택 등 구체적인 인센티브를 확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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