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선구제 후구상'을 담은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에 대해 정부가 반대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특히 전세사기 피해 구제에 주택도시기금을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한 용도라는 지적이 나왔다.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세사기 특별법에 대한 종합토론회가 이날 한국부동산원 강남지사에서 열렸다. 

야당이 단독처리한 전세사기 특별법은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 통과가 예상된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김규철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부동산원 서울강남지사에서 열린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종합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05.23 mironj19@newspim.com

먼저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먼저 피해자를 구제하고 제대로 회수가 되면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며 "구제에 투입될 자금의 용도가 적정하다면 최고의 지원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실장은 "실제로는 회수가 거의 되지 않는 문제가 있으며 소요될 재원이 국민이 청약을 위해서 맡겨둔 그 돈으로 지원한다는 구조"라며 "회수되지 않는 구조와 목적에 맞지 않는 자금으로 인해 다른 국민이 피해를 보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채권 가치 평가 절차와 방법, 기준 등의 불명확성과 법안의 실제 작동을 위한 구조 미비 등에 대한 문제의식이 언급됐다. 또한 법안이 공포되면 한 달 만에 시행해야 하는 만큼 예산과 조직 등도 뒷받침될 수 없다고 지적됐다.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 업무를 담당하게 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도 주택기금의 선구제 활용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우석 HUG 전세피해지원기획팀장은 발제를 통해 "특별법에 따르면 구제를 위해 주택도시기금을 재원으로 활용하는데 후회수가 불확실한 소모적인 지출 사안에 부채성 재원을 투입하는 건 곤란하다"며 "금리 인상과 경제상황 변화로 인해 지난 3월 말 기준 13조9000억원으로 여유자금도 줄어든 상황에서 지원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최 팀장은 "특별법에 따르면 HUG는 전세피해지원센터 통해 피해자의 반환채권 매입 신청 접수 업무와 매입 채권 기관, 반환채권에 대한 공정 가치 평가 등 주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기금 자체도 문제지만 현실적으로 업무를 수행해야 할 HUG의 인력과 예산도 부족하다. 센터 등 운영을 위해 1000억~3000억원의 추가 예산이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맡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는 전세사기 피해자의 지원방안을 내놨다. 박종인 LH 전세피해지원팀장은 "LH가 피해주택을 매입해 피해자가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매입이 어렵다면 대체 공공임대주택을 우선 공급하는 방안과 강제퇴거 위기 등 처할 때 무보증 공공임대주택 등을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피해주택 매입 방법이 경·공매 방식으로만 이어진 데 따른 지원 지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피해자의 우선공급 대상주택을 다양화하고 매입요건을 완화해 지원대상 확대도 추진되고 있다.

피해주택 인근에 피해자가 선호하는 지역, 평형의 매입임대주택이 없다면 전세임대주택을 지원한다. 동일 주택 내에 피해자와 비(非)피해자가 함께 사는 다가구주택에서는 피해자 전원의 동의만으로 해당 주택을 매입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했다.

박 팀장은 "정부와의 추가 협의를 통해 매입 절차와 요건을 간소화해 피해주택을 적극 매입하도록 개선하고 다가구주택 피해자간 합의·조정을 위한 설명회도 개최한다"며 "또 협의매수 방안이 올해 시행되고 있는데, 권리 관계 등이 복잡해 협의매수가 이뤄지지 않는 주택에 대한 경·공매 매입방식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규철 실장은 "특별법은 내년 5월까지 기한을 두는 한시적 법률인데, 개정안으로 인해 법적 안정성이 오히려 떨어지는 등 피해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며 "정책적으로 피해자의 주거 안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전세가기와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예방책을 포함한 강화된 거주 지원방안을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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