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정부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제도 개편 관련 1인 1계좌 제한 폐지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증권업계에서는 투자자 선택권을 확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ISA 납입 한도 및 비과세 한도 등 세제 지원 대폭 확대가 선행돼야 시장 활성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출입기자단 워크숍에서 은행, 투자자문사, 증권사로 나뉜 ISA를 통합형으로 만들거나 1인 1계좌 제한을 푸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증권업계에서는 투자자의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증권과 은행 간에 고객 쟁탈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수익률 향상 등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자료=금융투자협회]

ISA는 계좌 하나로 국내 상장 주식, 채권, 펀드, 환매조건부 매매 채권(RP),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관리하면서 절세 혜택도 볼 수 있는 통합계좌다. 운용방식에 따라 신탁형·일임형·투자중개형 ISA로 구분되며, 현재는 이중 하나의 형태로만 가입할 수 있다.

3가지 유형은 각각의 장단점을 지닌다. 중개형 ISA는 국내 주식을 비롯한 다양한 투자 상품을 투자자가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지만, 예·적금은 불가하다. 신탁형·일임형 ISA는 일정 부분 금융사의 자산관리 전문가들에게 상품 선택이나 운용을 맡긴다. 또한 신탁형 ISA 전체 금액중 예·적금 비중이 90%를 넘는다. 이같은 '칸막이'를 제거해 투자자들에게 폭넓은 선택을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 장벽이 사라지고 증권과 은행 간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이라며 "이로 인해 은행은 수익률 관리, 증권사는 계좌 혜택 등 확대 등 투자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ISA 시장 자체가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올지 여부는 의문이다. ISA의 도입 취지는 세제 혜택을 통해 자본시장 활성화와 국민 재산형성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는 그런 측면에서 정부가 올해 초 발표한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동시에 여야가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혜택 확대 관련 부분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부분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ISA 세제혜택을 확대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또한 정부가 ISA 관련 유의미한 정책을 내놓으면 시장에서는 ISA 가입자수가 대폭 증가하는 방향으로 반응했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연도별 ISA 유형별 가입자수 현황 [그래픽=금융투자협회]2024.04.29 yunyun@newspim.com

현재 ISA의 연간 납입 한도는 2000만원, 5년간 총 1억원이며 비과세 한도는 연간 최대 200만원(서민형 400만원)에 불과하다. 지난 1월 기재부가 ISA 세제혜택 확대 발표를 통해 ISA의 연간 납입 한도를 4000만원(총 2억원)으로 2배 높이고, 비과세 한도는 연 500만원(서민형 기준 1000만원)으로 2.5배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국내 투자형 ISA를 새로 만들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도 가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발표 이후 1월 한달 간 ISA 가입자 수가 약 12만7000명 증가했고, 처음으로 500만명을 돌파했다. 2016년 출시 이후 8년 만의 성과다. ISA 가입자수는 2020년 말 493만명에서 올해 2월말 511만3000명이 됐다.

2021년 출시된 중개형 ISA도 가입자수 증가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중개형 ISA는 3년 만에 가입자수가 41만5000명으로 급성장했다. ISA 총 가입자수(511만3000명)의 80%를 차지한다. ISA가 기존에는 예금 중심의 저수익 금융상품이었는데, 중개형 ISA 출시를 통해 자본시장을 통한 고수익 투자상품으로 전환을 맞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업계 다른 관계자는 "단순하게 1인 1계좌 폐지로는 시장 확대를 기대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발표 이후 시장 반응과 여론 등을 살펴 세제 혜택 확대 등을 반영한 세부적인 시행 계획이 마련된다면 긍정적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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