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김용희, 호흡기내과 지원준, 병리과 안보경 교수팀이 전 세계에서 3건만 보고된 희귀성 기관(trachea) 내 종양으로 인해 심한 호흡곤란이 동반된 환자에게 최근 로봇을 이용한 기관절개 및 재건술을 국내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병원 측이 24일 밝혔다.

이번 치료는 호흡기내과의 선시술, 병리과의 정확한 진단, 심장혈관흉부외과의 수술로 환자 맞춤형 치료가 이뤄졌을 뿐만 아니라, 주로 개흉수술을 시행했던 기관지 수술에 로봇수술을 도입함으로써 향후 환자들의 치료 선택지를 넓힐 수 있게 됐다.

[사진=서울아산병원](왼쪽부터) 김용희, 지원준, 안보경 교수

종양으로 인한 기도 폐색으로 심각한 호흡곤란을 겪어 병원을 찾은 71세 남성 구 씨는 내시경 시술로 종양을 정확히 진단하고 제거하기 위해 서울아산병원으로 의뢰됐다. 경직성 기관지내시경을 이용한 중심부 기도질환 시술은 매우 고위험 술기로, 국내에서 이 시술을 시행할 수 있는 의료기관은 10곳 내외다. 서울아산병원은 매년 40여 건을 시행하고 있다.

호흡기내과 지원준 교수는 우선 환자의 호흡곤란을 완화하고 진단을 위한 조직 채취를 위해 중재기관지내시경을 시행하고, 종양을 가능한 많이 제거한 후 스텐트를 삽입하여 기도를 확보했다.

이때 제거된 종양 조직을 병리과 안보경 교수가 분석한 결과, 매우 드문 형태의 양성 종양인 사구맥관근종으로 확인됐다. 사구맥관근종은 일반적으로 손가락 등에 흔히 생기는 사구종 중에서도 혈관이 발달되어 있고 평활근 조직의 분포가 많은 경우를 말한다. 중심부 기도에 생기는 사구종은 흔치 않은데, 특히 기도 내 사구맥관근종은 전 세계적으로 세 건만 증례 보고됐을 정도로 극히 드물다.

환자는 기관지내시경 중재시술로 종양의 대부분을 제거해 호흡이 가능해졌고 양성종양이라 처음엔 수술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병리과 진단 결과 종양의 형태가 혈관을 많이 포함하고 있으며 평활근 조직으로 인해 단단하고 주변조직과의 경계가 좋지 않다 보니 환자가 기침을 심하게 하면 절제된 종양과 삽입된 스텐트 사이의 자극에 의하여 쉽게 출혈이 발생했다.

기관지내 출혈로 인한 혈전이 다시 중심부 기관지나 스텐트 내부를 막을 수 있다는 재발가능성을 고려한 의료진은 기관 내 잔존하는 양성종양을 수술적 절제로 모두 제거하고 출혈점도 없애기 위해 심장혈관흉부외과 김용희 교수에게 수술을 의뢰했다.

김용희 교수팀은 환자가 폐렴으로 인한 전신 쇠약 상태이며 혈관종의 특성상 출혈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고, 종양의 위치가 우측 무명 동맥 기시부에 위치해서 통상적인 접근이 매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최소 절개 및 빠른 봉합이 가능한 다빈치 로봇을 이용해 기관절개 및 재건술을 시행했다. 흉부로 접근하는 기관 절개 및 재건술은 흉부외과의 고난도 수술로, 로봇으로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수술이었다. 로봇 수술은 개흉술과 비교하여 시야 확보가 용이하고, 로봇 관절을 이용하여 기관지 문합을 세밀하고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김용희 교수팀은 4시간에 걸친 수술 끝에 환자의 사구맥관근종을 완전히 제거했다. 환자는 7일 만에 퇴원하였으며, 한 달째 특이 소견 없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지원준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중심부 기도를 막고 있는 종양 때문에 극심한 호흡곤란으로 숨쉬기가 힘들었던 환자에게 중재기관지내시경을 통한 선시술과 정확한 진단, 로봇수술을 통한 종양 절제까지 각 진료과의 역량과 긴밀한 협력이 잘 발휘돼 환자 맞춤형 진단과 치료를 시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용희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환자의 병변이 아주 희귀한 사구맥관근종이고 전신 쇠약인 상태를 고려했을 때, 로봇수술은 시야확보가 용이하고 정밀하게 기관지 문합을 수행할 수 있어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 방법이라 판단했다"며 "이번 성공을 통해 기관지 종양 환자들에게 더 효과적인 치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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