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윤채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으로 국회로 되돌아온 '채해병 특검법' 재표결은 오는 2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후로 가닥이 잡혔다. 야권에선 여당 당대표 선거 이후 여권의 분열로 이탈표 등을 노리겠단 전략이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당의 전당대회 이후에는 채해병 특검법 통과 방식을 두고 여러 가능성이 열린다. 원안이 아니라 수정을 통한 중재안으로 다시 통과시키는 방법이 우선 고려될 수 있다. 야당 입장에서도 재표결 시 찬성표 부족으로 폐기 수순인 특검법을 수정없이 재차 올리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해서다.

채해병 특검 원안 통과 시엔 재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범야권 전원이 찬성해도 192표여서 여당의 8표가 필요한 상황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2024.07.03 pangbin@newspim.com

◆與 당대표 선출 후 '제3자 추천' 수정안 검토 가능성 열려 

수정안은 현재로선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제시했던 안과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낸 안 두 가지다.

국민의힘 당대표 유력 주자인 한 후보가 대표로 선출된 후 채해병 특검법 수정안을 발의하면 민주당 등 야당과 합의를 거친 수정안이 검토될 가능성이 열린다. 

5선 중진인 정성호 의원은 앞서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후보의 제안에 대해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원장이 추천한 특검이 제대로 수사하겠느냐는 의문점이 있는데 그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며 사실상 찬성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내 이탈표 가능성도 포착된다. 한 후보가 나서게 되면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을 포함한 의원들이 움직일 가능성이 있어서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일 채해병 특검 국회 표결에 '반대표'를 던진 직후 취재진과 만나 "저는 채상병 특검 자체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지금 민주당의 안은 철저하게 정쟁용이라고 생각한다"며 "제3자 추천안으로 새롭게, 정말로 채상병의 억울한 죽음을 풀기 위한 법안들을 만들어야 된다는 취지로 반대를 던졌다"고 했다. 

천 원내대표는 대한변호사협회(변협) 추천 특검을 중재안으로 내놨다.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채해병 특검법도 변협이 추천한 특별검사 후보 4명 중 2명을 민주당이 대통령에게 추천하게 한 것이어서 협상의 여지가 더 높아지는 셈이다.

천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한 후보가 제시한 특검법을 발의해달라고 민주당으로부터 요청받은 것'에 대해 "그때는 타이밍이 아니라고 봤지만, 지금은 열어놓고 있다"며 "무한정 이런 식으로 갈 수는 없다. (여당에) 필요한 압박을 하는 것도 옵션으로 둬야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13일 오후 시민사회 단체와 함께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거부권 거부 범국민대회'를 열고, '채상병 특검법'과 민생개혁 입법 즉각 수용을 위한 범국민대회를 개최한 가운데 이재명 전 대표가 셔츠의 손목을 걷고 있다. 2024.07.13 yym58@newspim.com

◆민주, 대통령 '거부 불가' 상설특검도 검토...공식 입장엔 선그어

민주당은 채해병 특검법 원안 폐기와 수정안 불발 시 등을 고려해 '상설특검' 카드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설특검은 별도 입법을 통한 특검과 달리, 이미 제정된 상설특검법에 따라 꾸려지기 때문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민주당은 국회 규칙을 고쳐 특검 후보자 추천위원회를 구성할 때 여당을 배제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야당들이 원하는 인사들로 특검 후보가 구성될 수 있다.

해병대원 사망사건 진상규명 TF 단장인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유튜브 방송에서 "상설특검법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며 "현재 있는 법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거부할 수가 없다"고 했다.

다만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금 특검법 재의결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금 검토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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