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펜실베니아에서 유세를 벌이던 중 총격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각국 전·현직 정상들의 과거 피습 사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 트럼프, 펜실베이니아 유세 중 총격

AP통신과 CNN방송,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날 오후 6시10분쯤(미 동부시간) 유세 과정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불법 이민 문제를 비판하는 도중, 어디선가 팝콘을 튀기는 소리 같은 총소리가 여러 발 들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른손을 오른쪽 목 뒤를 만진 직후에 발언대 밑으로 급히 몸을 숙였고 바로 경호원 여러 명이 그를 보호하기 위해 연단으로 뛰어 올라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유세 중 총격이 발생한 가운데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이때에도 간헐적으로 총소리는 계속됐으며, 연단 뒤에서 유세를 구경하던 사람들도 비명을 지렀고 일부는 몸을 숙였다. 경호원들에 둘러싸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후 일어서서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들어보였고, 지지자들은 이에 환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후 경호원의 부축을 받으면서 연단으로 내려와 이동했으며 이때 오른쪽 귀 윗쪽으로 피가 관측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후 차량을 타고 유세장을 빠져나갔다.

다만 트럼프 캠프 측은 "트럼프(의 상태가) 괜찮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재 지역 의료시설서 검사 중으로 전해졌다.

◆ 세계 정상들 과거 피습 사례는?

유력 정치인이나 대선 주자들의 수난사는 역대 선거 또는 정치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이어졌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지난달 8일 오후 코펜하겐의 주요 광장 가운데 한 곳인 쿨토르베트에서 유럽의회 선거 유세 도중 한 남성으로부터 습격을 당했다. 총리실은 "프레데릭센 총리가 '맞았다'며 "총리가 이 사건으로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피습 직후 자리를 떠났고, 외부적으로는 상해 흔적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는 지난 5월 15일 오후 2시30분쯤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북동쪽으로 약 150km 떨어진 한들로바 지역에서 각료회의를 마치고 지지자들을 만나던 도중 총격 피습을 당했다. 피초 총리는 용의자가 그를 향해 발사한 총알 5발 중 최소 3발을 복부, 관절 등에 맞고 쓰러져 헬기로 병원에 긴급 이송됐다. 피초 총리는 4시간에 가까운 대수술 끝에 피초 총리는 일단 위급상황을 벗어났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해 4월 15일 와카야마현 유세 현장에서 폭발물 피습을 당했다. 용의자가 기시다 총리를 향해 폭발물을 던졌으나 긴급 대피해 다치지는 않았다. 용의자 기무라 류지는 살인 미수 혐의 등으로 기소됐지만,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2022년 7월 8일에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선거 유세 중 피격돼 사망,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줬다. 아베 전 총리는 일본 역대 최장인 통산 8년 8개월간 총리를 지낸 인물이다. 살해범인 야마가미 데쓰야는 나라현 나라시에서 참의원(상원) 선거 자민당 후보자 지원 유세에 나섰던 아베 전 총리에게 접근해 자신이 직접 제작한 총으로 총격을 가했다.

같은 해 11월 3일에는 임란 칸 전 파키스탄 총리가 유세 중 총에 다리를 맞았다. 범인인 30대 남성 모함마드 나비드는 총을 난사하다가 칸 전 총리의 지지자에 의해 제압당했다. 칸 전 총리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으나 현장에 있던 지지자 1명이 사망하고 9명이 다쳤다. 칸 전 총리는 암살 시도 배후로 당시 총리와 내무장관, 군 정보국을 지목했다.

2021년 7월 7일에는 아이티의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사저에서 침입자들의 총격으로 암살됐다. 관련 용의자 40여명이 국내외에서 체포됐고 최근 아이티 검찰은 모이즈 전 대통령 부인과 전직 주요 관리 등 수십명의 모이즈 전 대통령 암살 공모 혐의를 확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은 2018년 9월 7일 미나스제라이스주에서 유세 도중 한 남성에게 복부를 찔리는 공격을 받았다. 그는 목숨은 구했지만, 이후 수술을 여러 번 받아야 했다.

레바논에서는 친 서방 정책을 폈던 라피크 알-하리리 전 총리가 2005년 2월 14일 수도 베이루트의 도로에서 승용차로 이동하던 중 폭탄테러로 사망했다. 당시 이 테러로 하리리 전 총리뿐 아니라 경호원 22명 등도 함께 숨졌다.

1995년 11월 4일에는 이츠하크 라빈 당시 이스라엘 총리가 텔아비브의 한 광장에서 평화기원행사에 참석했다가 극우파 유대인인 이갈 아미르에 의해 암살당했다. 살해범 아미르는 라빈 총리의 평화 정책, 특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가 맺은 평화 협정인 오슬로 협정에 반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에서는 '네루-간디 가문'의 인디라 간디 전 총리와 그의 아들 라지브 간디가 모두 암살로 생을 마감했다. 인도 초대 총리인 자와할랄 네루의 딸인 인디라 간디 전 총리는 1984년 총리 재임 중 시크교도 경호원이 쏜 총에 맞아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의 뒤를 이어 총리에 취임한 아들 라지브 간디는 총리직 사임 후인 1991년 5월 21일 인도 남부 타밀나두 주에서 유세 중에 폭탄 테러로 사망했다.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1963년 11월 22일 댈러스에서 차량 행렬 중 머리에 총을 맞아 사망했다. 사건 발생 10개월 후 조사 당국은 미 해병 출신 리 하비 오스왈드의 단독 범행이라고 결론지었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