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두차례 부지조성공사 입찰이 유찰되며 우여곡절을 겪었던 가덕도 신공항 공사가 수의계약 방식으로 계약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두 번째 입찰에 유일하게 참여한 현대건설 컨소시엄 이외에는 사업 참여에 관심을 보이는 시공사가 없다는 점에서 3차 입찰 대신 수의계약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다만 현대건설 컨소시엄에 참여한 시공사들이 대형 건설사 참여 확대 등 조건 변경을 원하고 있어 최종 계약이 순탄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 국토부, 입찰 재공고·조건변경 신규입찰 등 고민...경쟁사 없어 수의계약 예상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부산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입찰이 또다시 유찰되면서 국토부가 수의계약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마감한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2차 입찰에 현대건설 컨소시엄(24개 건설사) 한 곳만 참가했다. 최소 2곳 이상이 입찰에 참여해야 하지만 이러한 조건이 성립되지 않았다. 조건을 변경하지 않고 유찰이 두 번 이뤄지면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국가계약법에 따라 같은 조건을 내걸어 재입찰에 나설지, 조건을 완화해 신규로 입찰할지, 원하는 시공사와 수의계약을 할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국토부 관계자는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관련해 입찰 재공고와 조건병경 신규입찰, 수의계약을 놓고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조만간 입찰방식을 결정해 가덕도신공항 사업이 조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덕도신공항 광역조감도.[사진=국토부]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수의계약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0조원이 넘는 국가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에서 입찰 경쟁 없이 한 곳과 계약하는 것은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입찰에 참여한 컨소시엄 이외에 참여의 뜻을 밝힌 대형 건설사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에서 딱히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공사기간과 공사비, 시공 리스크 등 가덕도신공항 사업에 시공사가 느끼는 부담감이 상당하다. 부지조성 공사 기간은 착공일로부터 2190일(6년)로 일정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가덕도 신공항은 2035년 6월 개항으로 추진됐으나 2030 부산 세계 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앞두고 2029년 12월로 5년 이상 당겨졌다. 신공법을 총동원해도 부등침하(지반이 불균등하게 내려앉는 현상) 우려 등 공사 난도를 감안할 때 공기를 맞추기는 쉽지 않다. 1999년 착공한 국내 7번째로 큰 무안국제공항은 공사시간이 8년, 1992년 착공한 국내 최대 면적인 인천국제공항은 1단계 공사에 총 9년 걸렸다.

공사비도 대폭 늘어날 여지가 있다. 애초 추정된 전체 사업비는 12조5000억원이었으나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지난해에는 총 13조5000억원으로 증액됐다. 공사기간 중 설계변경, 원자잿값 변동 등을 감안할 때 수조원이 추가 투입될 여지가 있다. 원가율 상승뿐 아니라 공사 공기를 맞추지 못해 지체보상금을 물게 되면 시공사별로 수천억원의 손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원가상승·공기지연시 손실 수천억원...세부조항 놓고 협상도 난항 불가피

국토부가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를 수의계약 방식을 확정해도 최종 계약까지는 순탄치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이번 입찰에 참여한 컨소시엄 기업 중 세부조건 변경을 요구하는 시공사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가 제시한 입찰 조건대로 사업에 참여하긴 어렵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국가 초대형 사업이 두 번 연속 무응찰되는 것에 부담을 느껴 세부조건에 대한 협상 여지를 남겨 둔 채 입찰 참여를 진행했다는 시선도 있다. '시공능력평가액 상위 10개 사의 공동도급 범위 2개 사로 제한'하는 조건 완화, 공사기간 연장, 공사비 증액 등이 주요 협상 안건이다.

이번 컨소시엄은 현대건설이 대표 주관사를 맡아 지분 33%를 보유하고, 대우건설이 지분 24%로 참여했다. HL D&I한라, 코오롱글로벌, 동부건설, KCC건설, 쌍용건설, 한양, 효성중공업이 각 4% 지분으로 들어왔고 지역 건설사로는 부산과 경남에서 총 14개 사가 전체 11%의 지분으로 함께한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수의계약으로 진행할지, 조건변경 신규입찰로 진행될지 결정된 게 없어 진행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다만 대형사 참여, 공사기간, 공사비 등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조율이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