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알프스 산맥의 빙하가 녹으면서 스위스와 이탈리아가 국경을 새로 그렸다. 두 나라의 국경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산 중의 하나인 마테호른의 빙하를 기준으로 하는데 지구온난화 탓에 빙하가 녹으면서 꼭대기 위치가 달라진 데 따른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30일(현지시간) "스위스와 이탈리아가 스위스 체르마트 지역과 이탈리아의 아오스타 계곡에 걸쳐 있는 마테호른 아래에서 새로운 국경선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마테호른 로이터=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지난 2019년 6월 2일(현지시간) 스위스를 방문한 관광객들이 만년설로 뒤덮힌 알프스 마테호른 정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2024.09.30 ihjang67@newspim.com

스위스 정부는 지난 27일 의회의 동의를 얻어 이 같은 내용의 국경 재획정 조약을 비준했다. 스위스 정부는 성명을 통해 "국경의 일부 중요한 부분은 빙하나 만년설의 능선 등에 의해 정해진다"면서 "이러한 지형은 빙하가 녹으면서 변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디언에 따르면 빙하가 녹기 전에는 가장 높은 곳 위치가 스위스 쪽에 더 가깝게 있었는데, 빙하가 녹으면서 이탈리아 쪽으로 옮겨졌다. 이에 따라 국경선도 달라지게 된 것이다.

이탈리아와 스위스는 몇 년 동안 국경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이후 두 나라는 새로운 국경을 긋기 위한 공동위원회를 구성했고, 지난 2023년 5월 국경 변경에 합의했다. 이번 스위스 비준에 이어 이탈리아가 비준 절차를 마치면 이 조약은 공식 발효된다. 

알프스 빙하는 최근 들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스위스 과학아카데미에 따르면 스위스 빙하는 작년에 전체 면적의 4%에 달하는 규모가 사라졌다. 역대 두 번째로 큰 감소율이었다. 가장 큰 감소율을 보인 건 지난 2022년으로 전체 면적의 6%가 없어졌다. 전문가들은 일부 지역의 빙하는 남아있는 양이 많지 않아 측정을 중단했다. 

최근에는 이탈리아 북부 돌로미티산맥 최고봉의 빙하가 지구온난화에 따라 오는 2040년 다 녹아내려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이탈리아 빙하위원회는 돌로미티산맥에서 가장 높은 마르몰라다산 빙하의 두께가 하루에 7∼10㎝씩 줄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5년간 사라진 빙하는 축구장 98개에 해당하는 약 70㏊(헥타르)인 것으로 조사됐다. 

ihjang6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