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서영 기자 =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19일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가 낸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 소집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일각에선 이원석 검찰총장이 수사 공정성을 위해 김 여사 사건에 대한 수심위 소집 검토를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법조계 안팎에선 수심위 제도 자체가 검찰의 수사회피·책임전가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수심위의 심의 결과는 구속력이 없다는 점에서 실효성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여전히 계속되는 모양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이원석 검찰총장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이 총장은 검찰 내부 관련에 대해 "나중에 말씀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2024.07.23 leemario@newspim.com

◆ "檢, 외부인에게 수사 판단 맡기는 건 의무 포기"

수심위는 문재인 정부 시절 문무일 전 검찰총장 때 이른바 '검찰개혁' 일환으로 시행됐다.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을 대상으로 하며 ▲수사 계속 여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된 사건의 수사 적정성·적법성 등을 심의한다는 게 골자다.

심의에 나서는 이들은 외부 전문가들이다. 수심위는 150명 이상 250명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실제 소집 시 이들 위원 중 15명을 무작위 추첨을 통해 선정한다.

법조계에서는 수심위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사회적·정치적 주목도가 큰 사안에 대해 검찰이 스스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외부인에게 판단을 맡겨버린다면, 전문성 문제는 물론 수사기관의 책임 회피 논란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사 출신 법조인은 "검사가 외부인에게 기소·불기소 결정을 맡긴다는 건 자기 법률적인 의무를 포기하는 것이다. 검사의 결정은 권리이기도 하지만 의무기도 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을 법률 전문가가 아닌 일반 국민들을 소집해서 심의하게 한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있다. 검사가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수년 간 수사했던 내용을 1시간 만에 수심위가 결론내린 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문제점을 짚었다.

또 "이재용 삼성 부회장 사건 당시 수심위에선 불기소하자고 판단했지만 검찰이 결국 자신들의 판단대로 기소해버리지 않았는가. 그때 이미 수심위가 얼마나 무용한 제도인지 드러났던 셈"이라고 사례를 들었다.

지난 2020년 6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은 '부당합병 의혹' 사건에 수심위를 신청했다. 심의 결과 수심위는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으나 검찰은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를 강행했다. 이는 수심위 권고를 뒤집은 첫 사례였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사진=뉴스핌 DB]

◆ 檢 '기소독점 보완' 긍정 요인도…대안책 만들어야

반면, 수심위 제도가 당초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보완하기 위해 탄생했다는 점에서 순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장윤미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기소독점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선 폐해를 보완하기 위해 제3의 눈으로 사건을 다시 검토할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 여사 사건의 경우 청탁금지법에 공직자 배우자 처벌 조항이 없고 김 여사 본인도 혐의를 부인하는 만큼 흐름만 봤을 땐 불기소 처분이 나올 것 같은데, 이 총장이 이걸 손 놓고 보기보다 한 번은 외부인으로 구성된 수심위에 판단을 구해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심위원들의 구성을 법무부나 검찰에서 일방적으로 설정한다면 아무래도 그쪽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나 다른 쪽에서도 일부 추천을 받는 대안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장 교수는 수심위가 검찰의 책임회피를 불러 일으킨다는 지적에 대해 "총장이 필요할 때마다 직접 소집하는 것보다 일정 요건을 갖출 때 자동으로 열리도록 한다면 객관성과 공정성 면에서 바람직할 수 있다"고 했다.

지청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의 결정을 외부 눈높이에 맞추겠다는 취지 자체는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논란이 있는 사건에 대해 면피를 하기 위해, 또는 윗선과 실무자의 의견이 달라 외부 판단을 받아보거나 수사팀의 의지를 꺾기 위해 사용하는 등 제도를 운영하는 방식의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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