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HMM)

 

국내 최대 해운사 HMM이 홍해 사태 장기화에 따른 해상운임 상승 덕분에 상반기만 조 단위 영업이익을 벌어들였다.

반면 이런 호실적이 오히려 대주주인 산업은행(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의 민영화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해운업 호황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 대외 변수가 맞물리면서 HMM의 가치 산정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 HMM, 상반기 영업이익 1조원 돌파

19일 증권가에 따르면 HMM은 올해 상반기 ▲매출 4조9933억원 ▲영업이익 1조51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8.5%, 125% 급증한 수치다.

2분기 실적도 ▲매출 2조6634억원 ▲영업이익 64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0%, 303.6% 증가했다.

HMM이 이미 상반기에 '1조 클럽'에 재진입에 성공했으며, HMM의 실적 개선은 글로벌 해운 시황 호조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HMM의 3분기 실적이 더욱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영업이익은 1조원으로 전분기대비 59% 증가할 전망"이라며 "결과적으로 2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하회한 것보다 3분기가 상회하는 금액이 더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진=HMM)


◇ 주가 상승에 따른 매각 부담 가중

HMM의 주가는 실적 개선과 함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6일 종가 기준 1만7940원으로, 52주 최저가(1만3620원) 대비 30% 이상 상승했다. 시가총액은 13조4378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산은과 해진공의 HMM 지분 가치도 크게 늘었다.

양 기관의 HMM 보유 지분은 현재 61.25%(4억5879만주)에 달한다. 1년여 만에 지분율은 20% 이상 증가했다.

주가를 단순 반영할 경우 8조원에 육박하는 가치다. 이는 지난해 하림그룹과의 매각 협상 당시 거론되던 6조원대 매각가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런 주가 상승이 오히려 민영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매각 본입찰 당시 산은·해진공의 HMM 합산 지분율은 57.9%였다. 시가총액도 약 11조2500억원 수준이었다.

지분 확대의 주요 원인은 CB(전환사채)와 BW(신주인수권부사채) 물량의 보통주 전환이다.

HMM은 2017~2020년 산은과 해진공을 상대로 대규모 CB·BW를 발행했다. 이들 대부분은 6년차부터 이자율이 크게 높아지도록 설정됐다.

산은과 해진공은 공적자금 회수를 명목으로 CB·BW 물량을 전부 주식으로 전환했고, HMM의 발행주식 수가 크게 늘어나는 동시에 산은과 해진공의 지분율도 대폭 상승했다.

이러한 상황은 HMM 민영화 추진에 새로운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기업 가치와 대주주 지분율이 동시에 상승하면서 적정 매각 가격 산정과 인수자 물색이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사진=HMM)

 

◇ 해운업 단기 호황 vs 장기 불확실성

해운업계는 현재의 호황이 구조적 현상은 아니라는 데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높은 수익성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해운 시황 호조의 주요 원인으로는 코로나19 이후의 글로벌 경기 회복,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공급망 재편, 홍해 정세 불안 등이 꼽힌다.

특히 홍해 정세 불안으로 인한 우회 운송 증가는 운임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3분기 누적 평균 SCFI가 3498포인트로 전년 동기 대비 250% 이상 급등한 상황"이라며 "최근 5주간 조정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신조선 인도 증가로 인한 공급 과잉 우려가 존재한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선사들 간의 선복량 경쟁이 시작되었다고 판단하며, 중장기 수급은 점진적으로 공급 우위로 전환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HMM의 민영화 시기 선택은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된다. 현재의 호황기에 매각할 경우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지만, 향후 시황 하락 시 '헐값 매각' 논란이 일 수 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6월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산은 "당분간 재매각 계획 없어"

HMM 민영화 추진과 관련해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당분간 HMM 재매각 계획은 없다"면서 "향후 여건 조성 시 재매각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향후 재매각 추진 시 고려해야 할 요소도 많다. 우선 적절한 매수자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조 단위의 인수 금액을 감당할 수 있는 국내 기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해운업에 대한 전문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찾는 것도 과제다.

HMM은 현재의 호황을 활용해 미래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2030년까지 컨테이너선 선복량을 현재의 92만TEU에서 150만TEU로, 벌크선은 630만DWT에서 1228만DWT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친환경 선박 발주와 항로 다각화 등을 추진 중이다.

다만, 이러한 투자 계획이 민영화 추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확실하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대규모 투자가 HMM의 성장 잠재력을 높일 수 있지만, 동시에 인수 부담을 증가시켜 매각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