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백승은 기자 = 정부가 티몬·위메프 사태 관련 상품권 피해 구제에 나섰지만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상품권 발행 및 유통에 대한 규제가 없어 피해를 제때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유사한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지난 1999년 폐지된 상품권법을 다시 제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16일 한국소비자원은 티몬·위메프 사태로 발생한 상품권 관련 소비자 피해에 대한 집단분쟁조정 신청을 받는다고 발표했다.

여행·숙박·항공권 다음으로 상품권 관련 피해가 많은 만큼 추가 집단분쟁조정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신청 기간은 오는 19일부터 27일까지다.

집단분쟁조정과 함께 시장 조사도 실시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는 9월 상품권·e쿠폰 발행사 약관에 대한 직권 조사를 할 계획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4일 "직권조사를 통해 취소와 환불, 유효기간 등에 관한 약관조항이 소비자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고 있지 않은지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티몬·위메프 사태 이후, 이달 초 기준 정부가 추산한 티메프 미정산 금액은 2783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21%가 상품권 판매액이다.

티몬과 위메프는 사태가 터지기 전 해피머니 상품권을 최대 10%까지 할인 판매하는 등 상품권 판매에 집중했다. 티메프 사태가 불거지자 상품권 사용이 하나둘 중단되기 시작하며 소비자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졌다.

현재 상품권 관련 규제는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과 공정위의 신유형·지류형 상품권 표준약관 등을 따르고 있다. 기존에는 상품권법에 따랐지만,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에 지난 1999년 상품권법은 폐기됐다. 이제는 인지세만 내면 누구나 상품권을 발행할 수 있다.

실제 해피머니 이용 약관에는 '본 상품권은 별도의 지급 보증과 피해보상 보험계약 없이 발행자의 신용으로 발행됐다'고 명시돼 있다. 선불충전금 발행 잔액 규모 등도 기재되지 않았다.

물론 정부의 규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정부는 2021년 머지포인트 사태 이후 전금법 개정안을 내놨다. 오는 9월부터 선불업 등록 의무 강화, 선불업 감독 대상 확대 등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시행된다. 선불업자가 선불충전금 100%를 예치·신탁·지급보증보험 등을 통해 관리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그렇지만 선불충전금 발행잔액이 30억원 이상이거나 연간 총 발행액 500억원 이상인 기업만 해당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금법 개정안은 대형 업체들만 규제하는 셈인데,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큰 곳은 영세 업체"라며 "영세 업체에 상품권 발행을 자율 규제에 맡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규제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상품권법 제정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법안 제정 움직임은 요원하다. 상품권 발행자 자격 요건, 금융위원회 의무 등록, 연간 발행 한도 의무 등 내용이 담긴 상품권법이 지난 21대 국회에서 두 차례 발의됐지만 모두 폐기됐다.

이상복 교수는 "상품권법을 다시 제정해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이자제한법도 폐기했다가 필요성이 생겨 다시 제정된 것처럼, 티메프 피해가 발생한 만큼 상품권 관련 규제를 법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13일 오전 11시부터 티메프 피해자 연합이 강남구 신사동 티몬 구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2024.08.13 dos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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