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북한 김정은이 폭염이 기승을 부린 15일 압록강변 홍수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체제 선전성 발언을 늘어놓아 빈축을 사고 있다.

이들 수재민들은 김정은 지시에 따라 평양의 임시 거주시설로 이날 이주한 어린이와 노약자, 여성 등으로 1만 3000여명에 이른다.

[서울=뉴스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5일 평양에서 압록강 수해로 피해를 입은 신의주 등 지역 주민들에게 연설을 하고 있다. 이들 수재민들은 어린이와 노약자 등 1만 3000여명으로 임시 거주시설에 체류하기 위해 이날 평양에 도착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2024.08.16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연설에서 "뜻밖의 자연재해로 국토의 일부분과 지역 인민들의 마음속에 상처가 난 것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사회주의 대가정은 아픔과 시련 앞에서 더 굳게 뭉치고 고상한 정신으로 더 억세게 단결됐다"고 주장했다.

또 "오늘의 재난을 지방개화의 분수령으로 바꾸려는 우리의 자신심도 온 사회의 단결력을 바탕으로 더 굳세어졌다"며 수해를 입은 평북 신의주와 의주군, 자강도와 양강도 일대를 새롭게 건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 수재민들은 평양 4.25여관과 군 열병식 행사 때 군인들이 집단 거주하는 열병훈련기지에 분산 수용됐다.

하지만 병약자와 군 복무 중 다친 영예군인 등이 포함된 수재민들을 폭염 속 뙤약볕에 장시간 동원해 연설을 한 건 지나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김정은은 지난 8일과 9일에도 의주군 수해 현장을 찾아 전용열차에 마련된 연단에서 주민들을 불러 모아 장시간 연설을 한 바 있다.

[서울=뉴스핌] 임시 거주를 위해 15일 평양에 도착한 압록강변 홍수 수재민들을 만나기 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다. 경호원들이 철제 바리케이트에 촘촘하게 늘어서 신변위협에 대비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2024.08.16

대북정보 관계자는 "김정은 연설 수 시간 전부터 주민들을 동원해 장시간 대기시켜 탈진하거나 열사병 증세를 보이는 인원이 속출한 정황을 대북 감시자산을 통해 파악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편, 김정은이 평양 도착 수재민을 만나 연설한 자리에는 주민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단상이 세워졌고, 철제 바리케이트 앞에는 경호원들이 촘촘히 늘어서 신변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움직임이 강화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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