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티몬·위메프(이하 '티메프')가 채권단과 첫 협의를 마쳤다. 협의회에서 채권단은 티메프 측이 자구 계획안을 통해 밝힌 소액 변제 방안 등보다 회사 정상화에 힘을 쏟을 것을 강조했다.

이들은 오는 30일 2차 협의회를 열기로 했는데, ARS 시한이 다음 달 2일인 만큼 마지막 협의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티메프가 최종 시한까지 투자자를 찾느냐 마느냐가 협의의 최종 관건이 됐다.

다만 시장에서 신뢰를 잃은 티메프가 투자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앞서 티메프는 구조조정펀드 등 외부 투자 유치를 통해 빚을 갚고 회사를 3년 안에 정상화해 재매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자구 계획안'을 발표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한국소비자원이 티몬·위메프에서 여행·숙박·항공권 환불을 못 받은 피해 고객을 대상으로 1일 오전 9시부터 온라인으로 집단 분쟁조정을 신청받는다. 2024.08.01 pangbin@newspim.com

◆ 채권단, 투자 통한 회사 정상화 거듭 강조

13일 서울회생법원 회생2부(안병욱 법원장·김호춘 양민호 부장판사)는 오후 '회생 절차 협의회'를 개최했다. 협의회에는 류광진 티몬 대표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 채권자협의회 및 판매업체 비상대책위원회, 법무법인 측과 관련 정부 및 공공기관이 참석했다.

이날 협의회에서는 티메프 자구 계획안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채권단 측에서는 당장의 변제보다는 '정상화'를 통한 정상적인 대금 지급을 강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티메프는 자구 계획안을 통해 약 10만 명의 미정산 파트너에게 공통으로 일정 금액(200만 원가량)을 우선 변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신정권 비대위 대표는 협의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소액 채권을 위한 변제가 아니라 채권자 수를 줄이는 단순한 효과로 받아들여졌다"며 "200만 원을 일괄로 다 상환하겠다고 했으나 저희가 힘든 이유는 채권액이 아니라 회사가 오늘, 내일 하는 것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적은 금액을 상환할 것이 아니라 회사를 빨리 정상화해 판매 대금을 갚는 일이 우선순위라는 취지의 설명이다.

신 대표는 "정상 운영 계획이 그렇게 구체적이지 않았다"라며 "고객들이 더 떠나고 판매자가 떠나기 전에 빠르게 현실적인 대안이 나올 수 있게끔 준비해 달라는 것이 전체적인 의견이었다"라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티메프 피해 판매자 비대위 발족식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2024.08.06 leehs@newspim.com

◆ 30일 2차 협의회 이어간다…수명 연장된 티메프

일각에선 이번 합의가 '결렬'로 종료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당초 티메프의 합산 채권단이 11만 명에 달하면서, 동의를 끌어내는 것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ARS는 채권단 만장일치를 원칙으로 하는데, 2018년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ARS를 신청한 사례는 총 22곳 중 10곳이다. 이 기업들이 대부분 소수의 채권자인 것과 대비해 티메프의 채권단 숫자가 너무 많고 이해관계도 다양했다.

이번 협의회에서 매듭을 짓진 못했지만, 티메프 측은 우선 대화를 이어간다는 것에 방점을 뒀다. 류화현 대표는 협의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자구 계획안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투자 받아서 3년 내 정상화하고 한국 이커머스에서 존재감을 갖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으면 3년 내 높은 수익, 가치로 매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 대표 또한 "투자 검토에 대한 명확한 답을 못 받았는데 빨리 유치되기를 희망한다"며 "판매자 의견을 다시 담아 30일 전에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ARS가 종료되기 전 투자자가 유치될 경우, 티메프는 법원의 회생 절차를 피하고 회사를 정상 궤도에 올리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수 있게 된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티메프 미정산 사태' 류광진(왼쪽) 티몬 대표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가 2일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서 열린 기업회생 심문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2024.08.02 leemario@newspim.com

◆ 투자자 유치 관건이지만…전문가 "어렵다" 전망

핵심은 '투자자 유치'가 됐다. 류화현 대표는 "정상화 시점을 빨리 앞당기고 투자자를 확보하는 것에 따라 피드백을 하겠다는 내용이 가장 중요했다"라며 "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계속 (투자자를) 만나고 있다"고 했다.

필요한 투자 금액은 티몬과 위메프를 합쳐 2000억 원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각 사 대표에 따르면 티몬이 1000억 원 이상, 위메프가 1000억 원 규모 정도다.

류화현 대표는 "구조조정펀드 등도 만나고 있다"며 "그 외 연락 닿지 않는 분들에게도 설명을 드리고 기회를 주길 부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현 상태에서 투자자 유치는 쉽지 않다. 티메프가 이번 사태로 시장의 신뢰를 잃어 다시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없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투자 유치 전망에 대해 "채권단 측에서는 1%의 가능성이라도 보고 찬성을 했을 수 있다"면서도 "브랜드 가치가 훼손됐기 때문에 다시 투자를 받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