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박공식 기자 = 이란이 수일 내에 이스라엘을 공격할 것이라는 미국 정보기관의 첩보가 나온 후 중동 확전을 막기 위한 외교전이 펼쳐지고 있다.

12일(현지 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동맹국 정상들과 확전 방지와 가자 정전 방안을 논의했다고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이 말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모사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에게 직접 확전을 피하라고 촉구했다.

이스라엘은 4월보다 훨씬 큰 공격에 대비, 주민들에게 안전한 장소에 식량과 식수를 비축하도록 하고 도시마다 긴급 구호팀을 배치해놓았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주 "방어는 물론 공격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12일 최고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미국은 유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잠수함과 전투기를 중동 지역에 추가 배치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란과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의 방어망을 뚫기에 충분할 만큼 많은 미사일을 한꺼번에 발사하거나 탐지와 요격이 힘들도록 다수의 드론을 저고도로 한꺼번에 날려보낼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이란은 여러 방향에서 다양한 형태로 이스라엘을 공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마스, 헤즈볼라, 예멘 내 후티 반군 등 지원 세력을 동원해 북부 이스라엘과 홍해에 가까운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

지난 4월 300기의 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해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했으나 미국 등 동맹국이 제공한 방공망으로 거의 전부 무력화됐다. 네게브 사막의 이스라엘 공군 기지에 경미한 손상을 주고 7살 소녀가 중상을 입은 것이 전부였는데,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할 것이 분명하다.

테헤란에서 이스마일 하니예 하마스 지도자가 암살된 후 이란이 보복 응징을 천명하고도 2주 동안 뜸을 들인 이유는 중동 확전을 방지하면서도 최고 지도자가 명령한 응징을 수행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하기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전문가들을 인용해 분석했다.

현재 이란의 입장은 외무부 대변인이 잘 대변하고 있다. "이스라엘을 응징하는 게 필요하지만 이란은 지역 분쟁 확산은 원치 않는다"는 것.

이란은 테헤란 중심부에서 벌어진 하마스 지도자 암살을 그냥 넘어갈 수가 없고 그렇다고 막강한 이스라엘과 전면전을 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는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이란은 또 신정부가 구성된 지 얼마 안 돼 대응 방안 결정이 느릴 수밖에 없다.

신정부 내각 임명을 놓고 벌써부터 개혁파와 보수파 간 파열음이 나고 있다. 페제시키안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 전 이란 외무장관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부통령이 11일 전격 사임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자리프 부통령은 인스타그램에서 사퇴 이유로 "국민이 기대하는 국내 개혁을 할 수 없음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시위대, 여성, 반체제 인사 탄압 전력이 있는 보수파를 핵심 요직인 내무장관과 정보 장관 후보로 임명하면서 개혁파가 반발하고 있다. 개혁파와 보수파 간 갈등이 이란의 보복 응징 수위 결정을 어렵게 하는 한 가지 요인으로 꼽힌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서방의 경제 제재 효과를 완화시키고 이란의 국제적 고립을 막고 서방과의 대화의 문을 열어두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징적 효과가 큰 군사적 대응은 확전의 위험이 따르고 이스라엘의 추가 공격을 유발할 위험성이 높으며 이란이 확전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에는 힘든 상황이다.

분석가들은 이스라엘이 이란에 장기에서처럼 "장군"을 불렀으나 이란이 아직 "멍군"으로 대응하지 않은 상황으로 이란의 의도를 파악하기가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저고도 방공망 '아이언 돔'이 가자지구에서 남부 도시 아슈켈론으로 날아온 로켓을 요격하는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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