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중환자 병상 확충 등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 추진 계획에 대해 의료계의 법제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지난 6일 정부 의료개혁특별위는 브리핑에서 중환자 병상 확충을 비롯해 ▲상급종합병원(상급종병)의 구조 전환 ▲지역의료 역량 강화 ▲전문인력 중심 병원 ▲수련 책임병원 및 환경 개선 ▲환자 중심 정보 제공 및 비용 구조 재점검 ▲보상 구조 개편 등을 담은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의료기관들이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따라가려면 수가 보전과 관련 제도의 법제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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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실 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은 브리핑에서 "상급종합병원을 '중증 환자 중심 병원'으로 전환해 중증·응급 환자에게 최적의 진료를 제공하고자 한다"며 "약 3년의 시간을 두고 평균 50% 수준인 중증 환자 비중을 60%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중증 환자 병상에 대한 추가적인 수가 지원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여서 병원들 입장에선 정부의 추가 발표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병원들은 '현 상황 유지' 외에는 별다른 움직임을 취하기 힘든 실정이다.

한 대형 병원 관계자는 "중환자실은 원래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일반 병실과 다르게 병상 간격도 훨씬 넓게 들어가고 고가의 장비와 더 많은 환자 케어가 필요한데, 수가를 보장해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 병상을 중증 환자 병상으로 전환하는 문제에 대한 반론도 나온다. 의정 갈등 이후 상급종병의 일반 병상 가동률이 줄어든 것이 중증 병상 비중을 늘려도 된다는 논거로 작용했다. 그러나 전공의 공백으로 인해 수술이 줄어들자, 통상 수술 후 일반 병실로 이동되는 중환자가 줄어든 배경이 간과됐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수가 지원에 대해서 기존 상급종병의 경증과 중등증 이하 환자 수를 줄여 절감된 건강보험 재정을 중증 환자 구조 전환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상급종병과 진료 협력 병원 간의 '환자 의뢰·회송'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의료계의 반론도 존재한다. 결국 외래 진료 단계에서 경증 환자 유입을 차단하는 방안이 나와야 하는데, 의료의 특성상 경증과 중증을 구분해 외래를 받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한 상급종병 관계자는 "환자의 의료 정보는 민감한 정보이기 때문에 환자와 의료기관 간의 상호 동의가 없으면 주고받을 수 없다. 만약 환자가 상급종병을 초진으로 방문한다면 의료기관 입장에선 환자가 중증인지 경증인지 예약 단계에선 파악이 불가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히 배가 아파서 왔는데 정밀 검사를 하면 암일 수도 있기 때문에 외래 환자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의료기관 간 환자 진료 의뢰·회송의 경우 이미 의료기관들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환자 개인의 의지를 바꾸기엔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의사의 의료 행위를 대신할 진료 보조 간호사(PA) 법제화도 요원하다. PA 간호사 등을 제도화하는 '간호법'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달 22일 복지위 법안소위원회에서 다뤄졌지만, 여야 간 이견으로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한 빅5병원 관계자는 "(PA는) 아직 법제화가 안 돼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전공의가 하던 업무를 무분별하게 간호사에게 위임하면 법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간호사들도 부담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존 간호 인력을 전환 배치해서 전문의 업무를 보조하고는 있지만, 의정 갈등의 끝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인력을 추가로 뽑기도 힘든 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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