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부 KCGI 대표. (사진=연합뉴스)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가 2448억원에 한양증권 지분 29.6%를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KCGI의 한양증권 인수가 시너지 효과를 낼지, 아니면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할지 주목하고 있다. 

 

동시에 이번 거래를 둘러싼 '파킹딜' 의혹이 제기되면서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 KCGI, 한양증권 29.6% 지분 인수 추진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양증권은 지난 2일 최대주주인 한양학원 등의 보유 지분 29.6%에 대한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KCGI를 선정했다고 공시했다.

매각 대상은 보통주 376만6973주로, 매매대금은 주당 6만5000원, 총 2448억5324만5000원 규모다.

이는 지난 2일 한양증권 종가(1만5580원)의 4.17배에 해당하는 프리미엄을 반영한 금액이다.

이번 매각 입찰에는 KCGI 외에 패션기업 LF와 사모펀드 컨소시엄 등 5곳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LF는 차순위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향후 실사와 구체적인 거래 조건에 대한 협상을 거쳐 매매대금 등 주식매매계약 최종 내용이 결정될 예정이다.

1956년 설립된 한양증권은 현재 30위권 증권사로 평가받고 있다.

한양증권의 2024년 3월 말 기준 주요 재무지표에 따르면 총자산은 4조2513억원, 자기자본은 496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순수익은 500억원(전년 동기 대비 10.9% 증가), 영업이익은 196억원(21.7% 증가), 당기순이익은 134억원(24.1% 증가)이다. 

 

조정레버리지는 8.5배, 순자본비율은 574.7%, 유동성비율은 114.8%를 나타냈다.

한양증권의 경영권은 KCGI로 넘어가지만, 한양학원과 김종량 한양대 이사장은 지분 9%를 보유한 2대주주로 남게 된다.
 

한양증권. (사진=연합뉴스)


◇ 한신평 "유사시 계열 지원가능성 변동 없어"

한신평은 보고서를 통해 "KCGI가 최종적으로 한양증권 지분을 인수하게 될 경우, 주주 변경으로 인한 한양증권의 유사시 계열 지원가능성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한양증권의 신용등급(A/안정적)에는 유사시 계열 지원가능성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

한신평은 "최대주주가 KCGI로 변경이 되더라도 KCGI의 신용도, 자본력 등 지원능력과 지원의지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되어, 유사시 계열 지원가능성을 반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는 KCGI의 재무상황을 고려한 판단으로 보인다.

또 한신평은 "금융회사의 경영권 변동이 대주주 적격성심사 등에서 금융위원회 승인이 필요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일반적으로 최종 종결 시점까지 불확실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감독당국의 승인과 함께 실질적으로 지분 인수자와 거래 조건이 확실시되는 시점에 유사시 계열 지원가능성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KCGI 로고. (사진=KCGI)


◇ 시너지 기대 vs 재무 부담 우려

업계에서는 KCGI의 한양증권 인수가 가져올 시너지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KCGI는 이미 KCGI자산운용과 KCGI대체운용을 보유하고 있어, 한양증권과의 시너지를 통해 종합 금융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KCGI 관계자는 "한양증권의 안정성과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며 "KCGI, KCGI자산운용, KCGI대체운용과의 시너지를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신평은 이번 인수가 한양증권에 중장기적으로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한신평은 "KCGI의 자본력, 이익창출력이 한양증권의 기업가치에 비해 충분히 크지 않아 지분 인수를 위한 차입금 규모가 클 수 있으며, 이는 한양증권의 배당 부담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한신평은 "계열사인 KCGI자산운용, KCGI대체투자운용과의 연계 영업이 한양증권의 재무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계열사 간 거래가 증가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의미한다.

한신평은 "주주의 변경은 사업 및 재무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이는 '계열의 유사시 지원가능성'과는 별개로 자체신용도 단계에서 등급 변화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 (사진=한양증권)


◇ '파킹딜' 의혹 논란

일각에서는 이번 거래를 둘러싸고 파킹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한양학원과 김종량 한양대 이사장이 9% 지분을 보유한 2대주주로 남는 점 ▲KCGI가 인수하는 지분이 29.6%에 불과한 점 ▲김 이사장 아들의 KCGI 채용 ▲강성부 KCGI 대표의 한양대 경영대 대우교수 활동 이력 등이 거론되고 있다.

파킹딜은 경영권을 매각하는 것처럼 위장하고 우호적인 세력에 맡긴 후 일정 기간 뒤에 다시 찾아오는 계약을 의미한다.

이에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의혹을 면밀히 들여다 보겠다는 입장이다.

KCGI는 지난해 1월 메리츠자산운용(현 KCGI자산운용)을 인수할 때 이미 당국 승인을 받은 바 있어, 이번 심사도 큰 어려움 없이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그러나 파킹딜 의혹으로 인해 심사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향후 KCGI의 한양증권 지분 인수를 위한 구체적인 금융구조와 주주 변경 이후의 사업전략, 수익구조, 배당성향, 자본적정성 및 유동성 지표 변화 등이 시장의 주요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결과와 파킹딜 의혹에 대한 해명 여부도 주목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