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이커머스 기업 큐텐 계열사 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가 극악으로 치닫고 있다.

티몬은 당초 30억 원 규모의 환불을 약속했지만 실제로 10억 원 정도만 처리 후 사실상 환불을 중단했다.

피해 고객들의 반발이 극심한 가운데 규텐 그룹 수장인 구영배 대표가 핵심 계열사 큐익스프레스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사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혼란은 더 가중되고 있다.

티몬 본사에 몰린 피해 고객들의 항의가 거세지면서 '제2의 이태원 참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티몬, 위메프 등 큐텐 계열사의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티몬 사무실 앞에서 피해자들이 환불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4.07.26 choipix16@newspim.com

◆환불 절차 사실상 중단
자금 30억원 중 10억원만 환불
27일 새벽 서울 강남구 티몬과 위메프 사옥에는 여전히 환불을 받지 못한 수 백 명의 피해 고객들이 몰려 혼잡한 상황이다.

특히 환불을 중단하고 각 카드사로 환불 절차를 진행하라는 공지에 피해 고객들의 항의는 더 거세지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는 전날 밤 홈페이지를 통해 자체 환불 절차를 중단하고 고객은 신용카드사 고객센터로 취소 요청해 달라고 공지했다.

안내문에 따르면 고객은 각 카드사의 신용카드 이용대금 이의제기 절차를 통해 결제취소 신청이 가능하다.

결제금액이 20만원 이상이고 3개월 이상 분할로 납부하기로 한 경우 카드사에 할부계약 철회 및 항변권 신청도 가능하다.

카드사들도 이날 같은 내용의 안내문을 모바일앱 첫 화면 등에 띄웠다.

티몬과 위메프는 당초 자체적으로 마련한 자금 30억원으로 환불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10억원 가량만 환불에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새벽 현장에서 사태를 지휘하고 있는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은 "현재 환불액 총액은 대략 10억 내외"라며 "현재까지 260여 명 정도 (환불금이) 지급됐고, 오후에 시스템 때문에 지연돼서 다른 방식으로 지급하려 하다가 최종 부결이 돼서 못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피해자들에게 너무 죄송하다"며 "티몬 류광진 대표에게 자금 집행이 어렵단 얘기만 들었다"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티몬, 위메프 등 큐텐 계열사의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26일 서울 강남구 티몬 사무실 앞에서 티몬 관계자가 환불절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4.07.26 choipix16@newspim.com

◆현장 'SOS' 요청에도
류광진 티몬 대표 묵묵부답
전날 오후 권도완 본부장은 "유보금으로 30억~40억 원가량의 환불 자금을 마련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날 티몬 본사 앞에 몰린 인파는 2500명에 달했으나 실제로 환불 받은 고객이 260명에 그치면서 피해 고객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오전 일찍부터 와서 대기했다는 피해자 김모(52) 씨는 "위메프는 현장에 대표도 있고, 큐텐에서 자금을 끌어와 그래도 환불을 진행하고 있지만 티몬은 고객 피해 규모가 훨씬 커 본사에서 '손절'을 했다고 보인다"라며 "1000명대까지 얘기는 자기들 입장이고 우린 큐텐 본사로 쳐들어가서라도 돈을 받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26일 밤 현장에서 공개된 사진에 따르면 권도완 본부장이 이날 지금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류광진 티몬 대표에게 "대표님 저희좀 살펴 달라"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응답을 받지 못했다.

권 본부장은 피해 고객들에게 "어떻게든 해결해보려고 통화했는데 (지급이 어렵다고)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하루종일 현장을 지킨 고객들 사이에서 원성이 터져나왔다. 현장에서는 "처음부터 돈이 없었던 것 아니냐", "이제 상황이 종료된거냐", "이게 정말 끝인거냐", "기다리라고 하지 않았느냐"는 등 항의가 이어졌다.

◆구영배 대표는 큐익스프레스 대표 사임
구영배·류광진은 어디에 있나
피해 고객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가운데 이번 사태의 최종 책임자인 구영배 큐텐 대표가 핵심 계열사인 큐익스프레스 대표직에서 사임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며 혼란은 더 거세졌다.

큐텐의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는 전날 이사회에서 구영배 대표가 CEO 직에서 물러났다고 내부적으로 발표했다.

후임에는 마크 리 큐익스프레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임명됐다. 마크 리는 큐익스프레스 CFO와 CEO를 겸직한다.

당초 구영배 대표는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목적으로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등을 연이어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여파와 업황 부진이 이어지며 나스닥 상장이 번번이 실패하며 티몬과 위메프의 재무 상태도 더욱 악화됐다.

큐익스프레스도 이날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큐익스프레스는 "최근 관계사로 편입된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 지연 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계실 판매자 고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스러운 마음을 전한다"며 "큐익스프레스의 서비스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까지와 변함없이 정상적으로 크로스보더 및 국내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을 재확인 드린다"며 "이번 일을 반면교사 삼아 앞으로 더욱 더 신뢰받는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더욱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큐익스프레스가 재무통인 마크 리를 내세워 큐익스프레스 나스닥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구영배 대표의 거취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싱가포르에 거주하고 있던 구 대표는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입국한 상태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의 가전제품 판매를 대행하는 총판 업체 담당자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해결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구 대표의 복심으로 알려진 티몬의 류광진 대표도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어 류 대표를 향한 원성도 거세지고 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티몬, 위메프 등 큐텐 계열사의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26일 서울 강남구 티몬 사무실 앞에서 경찰이 환불 접수 QR코드를 게시하자 피해자들이 몰리고 있다. 2024.07.26 choipix16@newspim.com

◆몰린 인파에 현장 통제 불능
'제2의 이태원 참사' 우려도
피해 고객들이 몰린 티몬 본사 사옥은 사실상 통제 불능 상황으로 안전사고의 위험도 커지고 있다.

티몬의 권 본부장은 26일 오후 3시 30분경 밖으로 나와 "현실적으로 환불은 1000명밖에 안 될 것 같다"고 말하자 한 고객에게 멱살을 잡히며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경찰이 확성기를 통해 통행 분산을 요청하고, 폴리스라인을 설치하는 등 현장 통제에 나섰으나 성난 피해 고객들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또 전날 폭염으로 인해 어지럼증을 호소하거나 낙상한 고객이 구급차를 통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피해 고객들의 항의가 거세지면서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날 현장에 있는 한 피해 고객은 "작년 이태원 압사사고 난 이력이 있는데 소비자들이 난리칠 거 알면서 현장 환불을 이렇게 처리하는 게 기가 차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고객도 "사람들이 이태원 참사를 잊은 것 같다"며 "정말 큰 일이 벌어질까 무섭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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