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총인구 140만 명의 발트해 소국(小國) 에스토니아가 '전쟁이 끝날 때까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나라가 '작지만 매운 고추' 역할을 톡톡히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키르스텐 미칼(49) 에스토니아 신임 총리는 2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승리할 때까지 지원할 것"이라며 "에스토니아는 장기적으로 이 전쟁에 함께 할 것이며, 다른 동맹국들도 그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에스토니아 역사상 첫 여성 총리였던 카야 칼라스의 뒤를 이어 새 총리가 된 그가 취임 일성으로 변함없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약속한 것이다. 유럽연합(EU)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서 가장 강력한 러시아 비판자이자 우크라이나 지지자로 평가받는 칼라스 전 총리는 차기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에 오를 예정이다. 

키르스텐 미칼 에스토니아 총리 [사진=위키피디아 뉴스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즉각 기쁨과 감사의 뜻을 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튿날 미칼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국내총생산(GDP)의 0.25%를 우리에게 계속 지원하겠다는 에스토니아의 약속은 다른 파트너들에게 훌륭한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X(엑스·옛 트위터)에 "EU 및 나토 회원국 가입을 향한 우리의 여정에 대한 (에스토니아의) 지속적인 지지를 확인했다"고 썼다. 

'발트 3국'으로 불리는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는 오랫동안 소련의 지배를 받다가 1990년에 독립했다. 세 나라 모두 인구와 국토 면에서 소국인데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어 언제든 러시아 침략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 3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가장 강력하게 반러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세 나라 모두 국방비가 나토의 권고 수준인 GDP 대비 2%를 넘는데, 특히 에스토니아의 작년 국방비는 GDP 대비 2.73%에 달해 폴란드·미국·그리스에 이어 나토 32개국 중 4위에 올랐다.

미칼 총리는 이날 앞으로 국방력 강화에 더욱 심혈을 기울일 것이란 점도 명백히 했다. 그는 "적들에게 보내는 우리의 메시지는 에스토니아가 잘 방어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국방 지출을 더욱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에스토니아가 오는 9월까지 10억 유로 규모의 탄약 구매 자금을 마련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칼 총리의 이 같은 결정은 에스토니아가 최근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고 로이터 통신은 분석했다.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에스토니아 경제는 주요 무역 대상국의 수요 감소와 에너지 생산 분야에서의 경쟁력 약화로 타격을 입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칼 총리는 "최근 GDP가 분기별로 9~10% 줄었는데 이런 정체된 성장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크라이나 지원과 함께)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에스토니아 공영 방송인 ERR은 "정부는 연정 파트너들의 합의에 따라 올해 GDP의 3.4%로 예상되는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세금을 인상하고 정부 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칼 총리는 변호사 출신으로 1996년 중도 우파인 자유개혁당에 입당한 뒤 2004년 의원이 됐다. 이후 법무부와 경제부, 기후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한편, 에스토니아와는 달리 일부 나토국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독일은 내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 규모를 올해의 절반인 40억 유로로 줄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J.D.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우크라이나 지원을 대폭 줄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ihjang6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