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담당 사장. (사진=연합뉴스)

 

국내 대기업 오너 일가가 1년 6개월 동안 5조원이 넘는 계열사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삼성가 세 모녀가 천문학적인 규모의 상속세 납부를 위해 전체 주식 매도 규모의 66% 이상인 3조3157억원을 처분했다.

17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올해 지정 대기업집단 88곳 중 동일인(총수)이 있는 대기업집단 71곳을 대상으로 오너 일가의 계열사 주식 취득·처분 현황을 조사한 결과 2023년 1월부터 올 6월까지 국내 대기업 오너 일가의 주식 처분 규모는 5조67억원으로 집계됐다.

대기업 오너 일가 중 가장 많은 주식을 매도한 곳은 삼성 일가였다.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담당 사장 등 세 모녀가 3조3157억원에 달하는 지분을 매각했다.

특히 홍 관장은 총 1조4052억원의 삼성전자 지분을 팔아 전체 주식 처분 규모 1위에 올랐다. 

이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1조1500억원의 지분을 팔아 2위에 올랐다. 이부진 사장은 삼성전자 주식 6159억원을 비롯해 삼성SDS 2465억원, 삼성물산 1448억원, 삼성생명 1428억원 등을 처분했다.

이서현 사장도 삼성전자(5893억원), 삼성SDS(1713억원) 등 계열사 주식을 처분해 총 7606억원을 확보했다.

이들 세 모녀가 3조원이 넘는 주식을 대량 매도한 것은 막대한 규모의 상속세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가는 2020년 고(故) 이건회 회장 사망 이후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2021년 4월부터 5년 간 약 12조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분할 납부해 오고 있다.

그동안 삼성가 구성원들은 주식 담보 대출 등을 통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해 왔지만, 최근 전 세계적인 고금리 기조로 대출 금리가 인상되자 이에 따른 이자 부담이 가중되면서 부득이 보유 지분 처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계열사 주식을 한 주도 처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 일가 다음으로 많은 주식을 매도한 일가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으로 조사됐다. 지주사 전환에 드라이브를 건 정 회장은 현대백화점 지분 1809억원어치를 처분했다.

조현상 HS효성 부회장도 1359억원의 주식을 팔았다. 


이 외에도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 1017억원, 장세주 동국제강그룹 회장 938억원,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776억원,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사장 720억원, 신영자 롯데재단 의장 676억원 순으로 주식 처분 규모가 컸다.

반면 대기업 오너 일가의 주식 취득 규모는 1조원을 조금 웃도는 데 그쳤다. 이 중 약 60%는 현대백화점그룹, 오씨아이그룹, 동국제강그룹이 확보했다.

현대백화점 오너 일가(정지선·정교선·정몽근)의 주식 취득 규모가 3222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오씨아이(이화영·이복영·이우현·이지현 등) 1938억원, 동국제강(장세주·장세욱·장선익 등) 1818억원의 순으로 지분을 취득했다.

이들 세 그룹은 지주사 체제 전환, 계열 분리 등 지배구조 개편에 박차를 가해 왔다. 이에 따른 유상증자, 공개매수청약 등의 영향으로 주식 취득 규모가 컸다.

대기업 오너 일가의 상속·증여 바람도 거세게 진행됐다. 지난 1년 반 동안 상속·증여된 지분 규모는 총 1조2134억원에 달했다.

가장 많은 주식이 상속·증여된 오너 일가는 효성그룹이다. 고 조석래 회장이 소유하고 있던 효성·효성중공업 등 계열사 5개사 주식(7880억원)은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에게 상속됐다.

조 회장은 6135억원어치의 4개 계열사 지분을, 조 부회장은 효성첨단소재 주식(1745억원)을 각각 상속 받았다.

3세 승계를 준비 중인 한솔그룹도 두 번째로 많은 상속·증여를 단행했다. 조동혁 한솔그룹 회장은 787억원의 한솔케미칼 지분을 장녀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회장에게 신탁했다.

최근 아모레퍼시픽그룹 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차녀 서호정씨도 부친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으로부터 아모레퍼시픽그룹 주식 631억원어치를 증여받았다.

오너 4세 경영 시대를 연 GS그룹에서도 수백억원대 증여가 이뤄졌다.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 겸 GS건설 회장은 아들 허윤홍 GS건설 사장에게 311억원어치의 GS건설 지분을 증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