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긴 침묵을 깨고 주류 정치권을 향해 "의회 내 확고한 다수를 형성하는데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는 장 뤼크 멜랑숑이 이끄는 극좌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을 제외한 나머지 세력에게 힘을 합쳐 차기 정부를 구성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해석됐다.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7일 실시된 조기총선 결선 2차 투표 이후 정치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건 처음이다.  

30일(현지시간) 총선 투표하고 나오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마크롱은 이날 지역 신문인 르파리지앵에 기고한 공개편지를 통해 "'공화국 가치(republican values)'에 공감하는 모든 주류 정당들이 차기 정부 구성에 함께 해야 한다"며 "그렇게 모인 세력 중에서 다음 총리를 뽑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어떤 정당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했고, 이번에 등장한 블록 또는 연합들은 모두 소수당에 머물렀다"면서 "1·2차 투표를 되돌아보면 공화국 세력(republican forces)만이 절대적 다수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화주의 제도와 법치주의, 의회주의, 유럽 지향성, 프랑스의 독립 수호 등을 인정하는 모든 세력에게 확고한 다수를 구성하기 위한 진지하고 충실한 대화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한다"고 했다.

이번 총선에서 LFI는 사회당, 녹색당, 공산당과 함께 좌파연합인 신민중전선(NFP)을 결성, 전체 의석 577석 중 182석을 차지하며 원내 1당에 올랐다. 이 중 LFI는 74석을 얻어 진영 내 최대 세력 위상을 점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범여권 중도연합 앙상블은 168석으로 2위, 국민연합(RN)은 143석으로 3위에 그쳤다.

LFI측은 좌파연합이 총리를 맡고 차기 정부도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마크롱 대통령과 중도 진영은 극좌 세력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마크롱의 이날 제안은 좌파 진영의 분열을 유도하고 LFI를 집권 연합에서 배제시키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좌파연합 중 온건하고 중도에 가까운 세력을 끌어들이고, 독자 행보를 보이는 중도우파 공화당(45석) 등과 손을 잡는다면 안정적인 정부 구성이 가능하다는 계산인 셈이다.

하지만 마크롱의 전략이 실제로 성공할 수 있을지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마크롱의 편지가 좌파연합 모두를 분노하게 했다"며 "이들은 마크롱이 민주주의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비난을 퍼붓고 있다"고 말했다. NFP측은 이번 주말까지 자신들의 총리 후보를 추천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마크롱은 "각 정당들과 세력들이 기대하고 납득할 수 있는 타협안을 만들기 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수 있다"며 "그때까지 현 가브리엘 아탈 총리가 공화국 전통에 따라 (총리로서) 책임을 다하고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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