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박공식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대선 토론회 후 점증하는 후보 사퇴 압력을 불식하고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는 기회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 

동맹국 정상들이 모인 개막식 연설에서 그는 지난 대선 토론회 때와 달리 확신에 차고, 머뭇거림 없이 자신감 넘치게 연설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백악관 참모들은 재임 중 가장 어려운 때를 맞이한 그가 장기인 정책 연설 기량을 살려 인지능력 등에 대한 의구심을 떨구기를 바랐다. 9일 연설에서 바이든은 대선 토론회에서 보여준 말 더듬과 전후 문맥이 맞지 않는 혼돈스러움을 재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상회의에 참석한 일부 유럽 외교관들은 상처를 쉽게 만회하기는 힘들다는 반응이다. 한 외교관은 나토 정상회의에서 한 바이든의 연설은 대본이 미리 준비된 것으로 그의 능력을 보여주는 증거가 될 수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가 앞으로 4년 더 미국과 나토를 이끌어가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지도자들은 벌써부터 바이든의 재집권에 회의감을 갖고 집권 2기 '트럼프의 귀환'에 대비하고 있다고 일부 회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바이든은 11일로 예정된 단독 기자회견을 사퇴론을 잠재우는 또 다른 기회로 활용하고자 한다. 동맹국들을 규합하는 데는 자신이 최적임자임을 과시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38개국 정상들은 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그가 다시 4년을 더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면서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시하고 있다. 

이를 잘 아는 듯 바이든은 ABC와 인터뷰에서 나를 판단할 한 가지 좋은 방법은 "누가 나처럼 나토를 한데 단결시킬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라고 말했다. 정상회의 기간 중 자신을 잘 보고 동맹국들이 어떻게 대하는지 판단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상회의가 끝난 후에도 인지력 테스트를 받으라는 압력이 쉬이 사그라들 것 같지는 않다.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에 온 일부 유럽 고위 관리들은 트럼프의 정책 보좌관을 만나 트럼프의 정책 방향을 타진했다는 전언이다.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진행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창설 75주년 기념행사에서 발언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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