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교육이나 인력 증원 등 인프라가 전혀 구축이 안 돼 있잖아요. 수사 난이도가 높아지면 질적 변화와 향상도 함께 따라와야 하는데 수사권조정 전과 큰 차이가 없고 논의조차 없으니 일선에서 많이 힘들어하죠."

최근 야권에서 논의하는 검찰개혁에 대한 경찰 고위 간부의 발언이다. 야권의 검찰개혁은 검찰의 수사권 박탈을 골자로 한다. 이에 수사권을 넘겨받을 경찰은 환영하는 분위기일 것으로 예상하기 쉽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경찰이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는 경찰에게 준비 시간을 제대로 주지 않았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문제는 2021년 검경수사권 조정 때도 마찬가지였다.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이뤄진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현장은 4년째 수사지연 등 문제로 골머리가 썩고 있다.

사회부 김현구 기자

법조계에서는 검찰개혁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대체로 검찰에 대한 견제 필요성엔 공감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여기에 앞선 경찰 간부의 말과 같이 검찰의 수사권이 박탈됐을 시 경찰이 이를 메울 준비가 돼 있느냐는 문제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는 이미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은 쏟아지는 사건으로, 법조계는 늘어난 사건 처리 시간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런 준비 없이 수십 년간 검찰이 수사해 온 분야까지 경찰로 넘긴다는 것은 폭탄 돌리기에 지나지 않는다.

수사에 대한 교육이나 인력 증원 등 제대로 된 인프라를 구축한 뒤 수사권을 넘기더라도 실무상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인프라 구축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에게 수사권을 넘기는 것은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야권의 검찰개혁은 그동안 실패의 연속이었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은 업무 과부하로, 법조계는 수사지연으로 곡소리를 내고 있다.

약 2년 전 개업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본인이 맡았던 첫 사건이 아직도 경찰 단계에 있다고 한다. 야심차게 출범한 검찰 견제 조직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아직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게 야권 검찰개혁의 실제 성적표다.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출범 등으로 야기된 문제는 3년간 방치됐다. 검찰의 수사권이 박탈될 시 결국 모든 수사는 경찰이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자명한데, 이들을 위한 인프라 구축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마치 '앵무새'처럼 검찰은 부패집단이기 때문에 수사권은 박탈해야 한다고 목소리만 높이고 있는 것이다.

어느 집단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지금의 검찰개혁은 누구를 위하고 무엇을 위한 것인지 묻고 싶다. 단순히 검찰은 무조건 수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라 '우선순위'의 문제이다.

수사·기소를 분리하기 위해선 그 어느 때보다 촘촘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동안 야권의 사전준비는 모두 실패했다. 그렇다면 우선 이러한 사전준비를 보완하면서 야권이 주장하는 검찰개혁의 뼈대를 제대로 세울 필요가 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