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우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민주당에 우상호 역할을 할 사람이 안 보이는 게 걱정"이라며 "초재선 중에 물밑에서 조율도 해야 하는데 다 대장을 하려고 하면 누가 심부름을 하나"라고 우려했다.

민주당은 22대 국회 들어 '이재명 일극 체제'라는 비판을 받으며 중도층으로 확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우 전 의원의 발언은 당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기보다 일사불란하게 이 대표 연임 및 대권 도전을 위해 움직이는 것에 대한 비판으로 풀이된다. 우 전 의원은 '대권 도전 당 대표'의 사퇴 시한 규정을 바꾸는 등 당헌·당규 개정 작업에도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최근 출간한 '민주당 1999-2024′에서도 대권·당권 분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 전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도서관 지하 대강당에서 열린 '우상호와 함께하는 대한민국 정당 역사 토크콘서트'에서 "당이라는 게 복잡하다. 다 대장을 하려고 하면 당이 깨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뉴스핌DB]

그는 "열린우리당 시절 조정하고 중재하는 역할로 쓰러져 가는 당을 살려야 한다는 결심을 했다. 대장은 다른 사람이 하면 되지만 중재하고 너스레 떨면서 화내는 사람들끼리 만나게 하는 건 우상호 아니면 할 사람이 없더라"며 "그 역할을 맡다 보니 어느 순간 리더 그룹에서 저는 빠지더라. 그러나 불행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우 전 의원은 "민주당을 사랑했기에 그런 역할을 자행했다"며 "당원들에게 인기 있는 발언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제가 그런 말을 안 하는 이유는 나 같은 사람도 있어야 당이 안 깨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나 같은 사람이 있어야 이재명 대표가 빛나고 다음에 정권 교체를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그는 계파 정치와 관련해 "계파는 내가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은 형님, 대장님을 위해 뭉친다"며 "계파가 되는 순간 민주당은 사라지고 내 계파만 남는다. 계파 투쟁은 정치를 멍들게 하고 국회의원을 병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공부하고 고민하며 만들어지는 정파, 정치적 파벌은 많을수록 좋다"고 했다.

우 전 의원은 당내 갈등에 대해 "국회의장 선거로 당이 시끄럽고 저도 구설에 휘말리고, 몇 마디 했다가 '왕수박'으로 몰려서 우상호 실망했다는 댓글이 달렸다"며 "당원들이 분열하거나 싸우지 않게 하면서 참여 열기를 당 안에서 소화해야 하는 게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장 선거에 당원 투표권을 반영하는 게 (당원 중심 정당의) 바로미터인 것처럼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어 "2년에 한 번 국회의장 선거에 투표권을 주는 게 당원주의인가. 그건 하나의 수단"이라며 "권리당원 170만 명인데 오프라인으로 소화할 수 없다. 당원 열기를 잘 수렴해 변화와 발전의 에너지로 만들려면 민주당의 시스템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구성을 두고 정부·여당과 대립하는 현 상황에 대해서는 "(박찬대 원내대표가) 잘하고 있다"며 "이번에 우리가 야권 전체로 보면 192석인데 이 정도 의석이면 이니셔티브를 야권이 쥐는 게 맞다. 192석이 존중받는 게 당연하다. 그게 국회 원칙이고 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협상은 기세 싸움이고 막상 국회 운영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다 차지해도 된다. 그런데 국민들이 '너희 너무 독식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으니 합의할 수 있으면 7개 양보할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도 국민의힘을 겨냥해 "협상하려는 사람이면 저런 식으로 안 나온다. 우리 탓하지만 사실은 아직도 저 사람들은 총선 때 써먹은 프레임을 쓰는 것 같다"면서 "최대한 노력한 다음에 정기국회 전에만 정상화되면 좋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우원식 국회의장, 이학영 국회부의장을 비롯해 민주당 이재명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 고민정·장경태·서영교 최고위원, 이인영·김태년·안규백 의원,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이 자리했다.

우 의장은 "(우 전 의원이) 원내대표 때 123석으로 탄핵을 성공시키며 민주당의 큰 역사를 만들어냈다"며 "지금 거부권을 어떻게 넘어설지가 민주당의 큰 과제"라고 짚었다.

이 대표는 축사에서 "민주당의 긴 역사 중 아주 중요한 시기를 함께 해왔고 중요한 역할을 맡아서 당의 발전과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크게 기여해주셨다"며 "앞으로도 많은 세월이 남았기에 국가와 민주당의 민주주의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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