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CEO의 일거수일투족은 해당 기업 임직원은 물론 시장 투자자 등 많은 이해관계자의 관심사다. CEO 반열에 오른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들의 활약상을 연중기획 시리즈로 연재한다.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매출도, 점포수도 1위는 아니지만 현대백화점은 경쟁사들이 갖지 못한 확고한 이미지를 구축해 가고 있다. 단순한 쇼핑을 넘어 체험형 매장이나 팝업스토어를 내세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반영한 공간 디자인과 인테리어가 MZ세대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젊고 트렌디한 감성은 '마케팅 전문가'로 꼽히는 정지영 현대백화점 대표이사 사장의 공이 컸다.

1963년생인 정지영 사장은 32년간 현대백화점에서만 몸담은 영업전략 전문가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했다. 2012년 영업전략담당 상무로 승진한 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가까이 마케팅 전략을 담당하는 영업전략실장을 맡았다.

정 사장은 오프라인 유통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고 평가 받는 '더현대 서울'의 콘셉트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더현대 서울'은 백화점을 단순히 '쇼핑'의 공간으로 보지 않고 '리테일 테라피(쇼핑을 통한 힐링)'의 공간으로써 콘텐츠를 채우고, 팝업스토어로 꾸준히 변화를 주면서 MZ들의 성지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더현대'는 현대백화점 리브랜딩 계기가 됐고, 국내 최단 기간 매출 1조원을 기록한 백화점이 됐다.

◆오프라인 유통의 이정표 된 더현대 서울의 '산파'

더현대 서울은 지난해 12월 2일을 기준으로 개장 2년9개월 만에 연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국내 백화점 중 최단기간에 세운 금자탑으로, 종전 신세계백화점 대구점(4년 11개월) 기록을 2년2개월 앞당겼다. 코로나19 장기화와 경기 불황의 악조건을 뚫고 매출 1조원을 달성한 데에는 엔데믹과 함께 전국에서 찾아오는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더현대 서울이 꼭 방문해야 하는 '필수 코스'로 떠오른 영향이 크다.

외국인 집객에는 자연친화적인 인테리어와 넓은 휴게공간을 등 백화점의 틀을 깨는 파격적인 공간 구성에 외국인의 관심이 높은 K-컬처를 집대성한 전략이 주효했다. 더현대 서울 외국인 매출은 지난해 1~11월 기준 전년 대비 891.7% 상승했다. 현대백화점 전체 외국인 매출 평균 신장률(305.2%)의 3배에 육박한다. 외국인 구매고객 중 20~30대 비중은 72.8%에 달해 '글로벌 MZ 성지'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정 사장은 "글로벌 수준의 MD 역량과 더현대 서울에서만 만날 수 있는 K패션 브랜드 등 참신한 콘텐츠 발굴 노력, 이로 인한 객단가 상승 등이 최단기간 1조원 돌파 기록에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더현대 광주 조감도 [사진=광주시청]

◆더현대 서울 노하우 광주로..."그룹 최대 규모 개발"

정 사장은 더현대 서울의 성공 노하우를 광주광역시로 이식한다. 더현대 광주는 부지 3만3000㎡, 연면적 30만㎡ 규모로 지하 4층, 지상 7층 건물이다. 더현대 서울의 1.5배 크기로, 현대백화점그룹의 역대 최대 규모의 개발 사업이 될 전망이다. 준공 및 개점은 2027년 하반기로 예정하고 있다.

정 사장은 "복합쇼핑몰에 대한 광주시민들의 높은 기대와 바람을 알고 있기에 당사 최대 규모인 판교점 투자금액 이상의 재원을 투자하고 국내외 최고 인재들이 모여 준비하고 있다"며 "더현대 광주는 더현대 서울을 뛰어넘는 도전의 기회일 것이고, 완성 시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없는 문화와 예술이 접목된 세계적인 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에서는 또 다른 지역의 특색을 살린 새로운 브랜드 '커넥트 현대'를 선보인다. 오는 9월까지 현대백화점 부산점을 재단장해 부산의 특색을 살린 로컬 콘텐츠와 체험형 매장, 정상과 이월 상품을 동시에 판매하는 복합 매장이 들어선다. 현대백화점은 내년 오픈 예정인 충북 청주의 신규 점포를 포함해 커넥트 현대 모델의 추가 확장도 검토하고 있다.

◆일본에서 K패션 '오픈런' 행렬...K콘텐츠 수출까지

대표이사 취임 후 정 사장은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힘을 쏟고 있다. 경쟁력 있는 한국 토종 브랜드를 소싱해 해외 유명 리테일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K콘텐츠 수출 플랫폼 '더현대 글로벌'이 주인공이다. 우선 일본의 파르코백화점과 협약을 맺어 매주 국내 신생 패션 기업들의 팝업을 선보이고 있는데, 매번 오픈런 행렬이 이어질 정도로 현지 반응이 뜨겁다.

지난달 5월 24일 '마뗑킴' 팝업에는 하루에만 3000명이 몰려 3일간 2억4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앞서 팝업을 연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역시 3일간 1억5000만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등 '더현대 글로벌' 팝업 매출이 한 달 만에 13억원을 돌파하며 역대 파르코백화점에서 진행한 팝업스토어 중 매출 1위 기록을 경신했다. 일본 내 현대백화점의 인지도를 높인 것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K패션 브랜드의 성공 가능성도 입증했다는 평가다.

정 사장은 "더현대 글로벌 론칭은 기성 패션 MD에 머무르던 기존 백화점의 틀을 깨고 오프라인에서 만나볼 수 없던 브랜드와 콘텐츠를 끊임 없이 제안하는 역량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며 "앞으로도 K패션 브랜드 등과 동반성장하며 더 많은 고객에게 인상적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 플랫폼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 9일 일본 도쿄 파르코 본사에서 정지영 현대백화점 사장(왼쪽)과 카와세 켄지 파르코 사장이 한국 토종 패션 브랜드 및 콘텐츠를 일본 현지에서 소개하는 단독 팝업스토어 운영에 협의하는 업무협약 체결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현대백화점]

◆"유연한 사고·혁신은 수평적 조직문화에서"

사내에서 정 사장은 직원과의 소통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정 사장은 연초 본사 선임급 이상 MZ세대 직원들을 대상으로 타운홀 미팅 형식의 업무보고를 4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이어 백화점 16개 전 점포와 아울렛 8개 점포를 돌며 점포별 업무보고 진행하고 직원들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정 사장은 유연한 사고와 혁신은 위계가 강한 문화가 아닌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기반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평소 밝혀 왔다. 특히 올해부터 전국 점장회의에 직원들도 비대면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참석 대상은 전국 점포 책임자 16명이지만 회의를 진행하면 동시 접속자는 1500명을 넘기도 한다.

정 사장은 "현대백화점은 오프라인 유통의 미래 방향성을 제시한 '더현대' DNA를 기반으로 위기가 오더라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성과를 낸 직원이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회사제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syu@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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