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봉 전문기자 = 글로벌 증시가 블랙 먼데이 이후 이틀 연속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고점 논란은 여전하다. 미국의 대선 결과가 나올 11월까지는 박스권 장세를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추가 폭락 가능성도 작지만 7월 고점을 돌파할 만큼의 에너지도 부족하다는 게 중론이다.

◆ 너무 많이 오른 미국 주식…기간 조정 불가피

미국 주식의 가장 큰 악재는 그동안 너무 많이 올랐다는 점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빅테크 7개 기업들의 주가는 지난 1년8개월 간 거침없이 상승해 왔다. 역사적인 관점에서 보면 아무리 훌륭한 주식이라도 계속해서 상승만 하기는 어렵다.

 

이번 대폭락이 있기 전까지 미국 빅테크 7개 종목들의 상승률은 엄청났다. 지난 2022년말의 주가와 비교해 2024년 7월 최고가로 상승률을 따져보면 애플 84%, 마이크로소프트 97%, 엔비디아 840%, 알파벳A(구글) 118%, 아마존 139%, 메타(페이스북) 255%, 테슬라 120%다.

반면 주가가 정점이었던 2024년 7월 최고점에서 8월6일 종가기준 하락률은 애플 -13%, 마이크로스프트 -15%, 엔비디아 -26%, 알파벳A(구글) -18%, 아마존 -19%, 메타(페이스북) -9%, 테슬라 -26% 수준이다. 조정 폭이 크지만 아직 대세 하락이라 보기는 어렵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올 2분기 실적 결과는 평이했다. 하지만 인공지능(AI) 관련 매출이 기대보다 낮았다는 사실에 투자자들의 실망감은 크다. 올해는 인공지능 기대감으로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의 주가 조정은 자연스럽다.

또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 워런 버핏의 현금 보유 증가,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격 우려 등 악재가 산재 돼 있다. 2024년 11월의 미국 대선 결과도 변수다. 여러가지 요인으로 볼 때 증시는 2024년 11월 대선 전까지 박스권 안에서의 기간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한국 증시는 억울…지난 1년 8개월 수익률 가장 낮아

반면 한국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의 동반 폭락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 폭락 전에도 한국 증시의 수익률이 가장 부진했기 때문이다. 한국 코스피 지수는 2022년말부터 현재까지 1년 8개월 간 15%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의 상승률도 고작 10%에 그쳤다.

반면 지난 1년 8개월 간 일본 니케이225 지수는 34%, 대만 자취안 지수는 51%, 미국 S&P500 지수는 36%, 미국 나스닥 지수는 56% 폭등했다. 한국 주식 투자자 입장에서는 허탈할 수 밖에 없는 결과다.

한국 증시가 부진한 이유는 특정 몇 개 섹터 외에는 글로벌 경쟁력이 낮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반도체 산업, 현대차로 대표되는 자동차 산업, LG에너지솔루션으로 대표되는 배터리 산업 등 일부 산업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하다.

이 중 반도체 분야는 최근 업황이 확연히 살아났다. 하지만 AI거품론으로 엔비디아가 조정 받으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배터리산업은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인한 과잉생산 문제에 직면해 있다. 자동차 산업은 현재는 좋지만 경기침체가 현실화될 경우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 외 평범한 일반 기업들의 성장성은 눈에 띄게 낮아지고 있다. 또 한국기업들은 과거와 달리 새로운 산업에 대한 경쟁력이 약하다. 최신 글로벌 트렌드는 IT플랫폼,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자율주행, 로봇기술 등인데 한국기업들은 이 핵심분야에 대한 기술경쟁력이 낮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규모의 경제'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질주하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점점 더 밀리고 있다. 미국이 자유무역을 부정하고 보호무역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도 수출 중심인 한국기업에는 불리한 요인이다.

또 다른 장벽은 철저한 승자독식 현상이다. 이제 한국 1등으로는 부족하다. 글로벌 1등이 모든 걸 다 가져간다. 그런 측면에서 미국 빅테크 기업과 한국 기업 간의 격차가 점점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소수의 미국 빅테크 기업에게 돌아가는 보상이 너무 막대해졌다.

이런 이유로 한국 주식시장은 다른 나라에 비해 수익률이 부진한 상황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금융투자세'마저 도입될 위기다. 정치권에서조차 한국 증시의 회복을 방해하고 있다.

◆ 투자자들 한 템포 쉬어갈 때…주식 외 자산에도 관심 가져야

미국 증시는 그 동안 너무 많이 오른 게 악재다. 다시 7월 고점을 회복하기에는 에너지가 약하다. 하반기에는 숨 고르기를 위한 '기간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11월의 미국 대선 결과도 변수다.

한국 증시는 점점 더 낮아지는 기업 경쟁력과 '금융투자세' 도입 등의 불안 요인이 겹쳐 좀처럼 힘을 못 쓰고 있다. '금융투자세'가 향후 어떻게 결론 날지에 따라 한국 증시의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금융시장의 화두는 경기침체와 금리 인하다. 결국 시기의 문제일 뿐 금리 인하는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주식은 선제적으로 이미 상당히 오른 상태다. 향후에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가 인하될 경우 주식 외에 미국과 한국의 장기채권도 수혜를 보게 된다. 또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부동산 시장도 다시 살아나는 시그널이 강하다.

이미 시장은 움직이고 있다. 부동산 가격, 채권 가격, 리츠 가격이 모두 상승세로 돌아섰다. 또 금리인하 전망으로 배당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시장의 거대한 변화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선제적으로 많이 오른 주식 외에도 부동산이나 채권 시장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할 때다.

longinu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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