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가 미국 정부로부터 반도체 보조금을 지원받는다. 양사에 대한 지원 규모는 총 10조원 규모로,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한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지면서 보조금 지급 자체가 원점에서 재검토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커졌다. 하지만, 미국의 대선 정국에도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이 속속 추진되고 있어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 SK하이닉스, 직접 보조금 4.5억 달러에 대출 5억 달러 지원

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SK하이닉스의 미국 인디애나주 반도체 첨단패키징 생산 공장에 총 9억5000만 달러(1조3000억원)를 지원한다는 예비거래각서(PMT)에 서명했다. 직접 보조금은 4억5000만 달러(6200억원), 대출은 5억 달러(6900억원) 규모다. SK하이닉스가 미국에서 투자하는 금액의 최대 25%까지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전경. [사진=SK하이닉스]

이번 보조금은 미국이 지난 2022년 제정한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에 따른 것이다. 자국 내 반도체를 만드는 기업에게 반도체 보조금 390억 달러(약 53조7000억원)와 연구개발 지원금 132억 달러(약 18조1800억원) 등 5년간 527억 달러(약 72조6000억원)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첨단 패키징 공장 등을 짓는데 38억7000만 달러(5조33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원금 규모는 전체 투자액의 11.6% 수준이다. 대출까지 포함하면 24.5%다.

◆ 삼성전자, 64억 달러 보조금 확정…투자금 대비 보조금 비율 14.2%

현재까지 미국 칩스법에 따라 현지 공장 설립에 보조금을 지원받는 반도체 기업은 대만 TSMC(66억달러)와 삼성전자 (64억달러), 인텔(85억달러), 마이크론테크놀로지(61억달러), SK하이닉스 등 세계 5대 칩 제조업체가 모두 포함됐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 4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서 진행 중인 파운드리 공장 건설과 관련해 64억 달러(약 8조8200억원)의 보조금이 확정됐다. 삼성전자의 투자금 대비 보조금 비율은 14.2%다.

삼성전자 평택 공장.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미국 내 반도체 설비 구축에 총 4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당초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지역에 17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는데, 투자 규모를 2배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테일러 지역에 2·4나노미터 공정의 시스템 반도체 생산 시설과 연구개발(R&D) 시설, 패키징 시설을 세우고, 기존의 오스틴 지역 시설을 확장할 계획이다. 첫 번째 테일러 공장은 2026년, 두 번째 공장은 2027년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업계는 미국 정부의 SK하이닉스에 대한 보조금 발표가 늦어지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보조금 지원 정책이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번 발표로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지원금이 결정되면서 우려는 일단락됐다.

다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자국산업 보호를 외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보조금 지급을 조건으로 추가 투자를 유도하거나 보조금 정책 철회를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반(反) 중국 기조 강화로 우리 기업들의 반도체 판로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미국이 반도체 제조 분야 리더십을 키우는 데 자금 지원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반도체 정책을 전면 수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kji0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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