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매일 타고 다니는 전기차가 시한폭탄으로 느껴졌다. 구매 이전에 폭발 가능성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던 만큼 선택을 되돌리고 싶다”


최근 인천 청라에서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화재 사고에 이어 테슬라도 고속도로에서 불이 나면서 전기차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8일 경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7시 40분쯤 경기 용인시 기흥구 고갈동 도로에 세워져 있던 테슬라 모델X에 배터리 열폭주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

사고 차량은 당시 충전 중이 아닌 노상에 주차하고 있던 상태로 알려졌다. 당시 소방대원 50여명이 투입돼 3시간 만에 큰 불길을 잡았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테슬라 전기차주 A씨는 “전기차가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는 시한폭탄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며 “폭발 가능성을 제대로 알고 있었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테슬라 전기차에는 중국 CATL과 한국 LG에너지솔루션, 일본 파나소닉 배터리가 탑재된다.

보급형인 모델3과 모델Y에는 3사 배터리가 모두 쓰이며, 상위 차량인 모델X와 모델S는 파나소닉 배터리가 장착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알파경제에 “최근 전기차 화재로 인한 포비아(공포증)가 심화되는 가운데, 전기차 배터리가 중국산인지 국산인지 보다 더 중요한 건 원인을 찾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찾고, 대책을 마련해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화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완성차 업체들도 전기차 경영 전략에 대한 일부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실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작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 둔화에 대해서 “비용 절감이나 여러 방법도 있지만, 큰 틀에서 어차피 전기차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운용의 묘를 살려서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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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경우 유럽에서 판매가 2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테슬라 전기차 모델의 노후화로 인해 화재에 대한 불안감 확산과 부정적 여론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전기차 통계 사이트 ‘EU-EVs’에 따르면 올해 1∼7월 유럽 15개국에서 테슬라의 신규 누적 등록 대수는 14만7581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7만9358대와 비교하면 17.7% 급감한 것이다. 등록 대수로 치면 3만대 이상 줄어든 수치다.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카스쿠프(Carscoops) 역시 올해 상반기 유럽연합(EU)과 영국 신차 판매량 순위에서 테슬라 모델Y는 10만1181대를 기록하면서 8위에 그쳤다.

연이은 전기차 화재로 인해 중고차 시장에도 매물이 쌓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3년 가량 지난 차량의 감가상각이 가장 크게 일어나는데, 최근 전기차 화재 사고로 인한 전기차 가격 하락폭이 더 커졌다”면서 “벤츠 EQE 350의 경우 2022년식 차량이 2년 만에 40% 넘게 가격이 빠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