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정부가 홍수와 가뭄에 대응하기 위해 '기후대응댐' 후보지 14곳을 지정하면서 건설사들이 수주 확대에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화와 고금리, 원가상승 등으로 기업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새로운 수익 창출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앞서 진행한 4대강 사업에서 건설사들이 댐 공사의 기술력을 입증한 만큼 사업 진행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하는 '기후대응댐' 사업이 본격화하면 건설업계가 일감이 늘어나는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건설사의 전체 매출에서 댐 공사를 포함한 도로·항만·철도·하천 등 토목공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지고 있다. 전반적으로 SOC(사회간접자본) 연간 예산이 정체 또는 감소하고 있어서다. 올해 국토교통부가 책정한 SOC 예산은 20조7700억원이다. 이는 전년대비(19조7300억원) 대비 소폭 늘어난 것이지만 2022년 예산 22조 700억원과 비교하면 감소한 수치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김완섭 환경부 장관이 30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기후대응댐 후보지 14곳을 발표하고 있다. 2024.07.30 yooksa@newspim.com

이런 영향으로 현대건설의 토목공사 비중은 2021년 6.8%에서 2022년 5.5%, 2023년에는 4.3%로 줄었다. DL이앤씨도 국내 토목사업 비중이 2022년 16.0%에서 2023년 14.6%로 감소했다.

일반적으로 건설업황 불황기에는 SOC 사업의 인기가 높다. 수익성은 민간사업보다 낮을 수 있으나 안정적으로 공사대금 회수가 가능해서다. 원가율 급증에 발주처와 건설사 간 공사비 마찰이 큰 상황에서 매력적인 부분으로 작용한다. 원자잿값 상승분을 공사비에 반영하는 '에스컬레이션'(물가변동과 계약금액을 연동하는 제도)도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정부가 '기후대응댐' 사업을 본격화하면 건설사의 일감 확보에 한결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된 대규모 4강 사업 이후 이렇다 할 댐 공사 발주가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 주도로 한 댐 사업은 지난 2010년 경북 영천에 보현산 다목적댐이 착공된 이후 14년 만이다. 대형 건설사뿐 아니라 중소, 지방건설사도 수주 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대규모 SOC 사업에는 공구별로 나눠 대형 건설사가 중소, 지방 건설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공사로 참여하고 있다.

전체 사업비가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았으나 총저수량을 감안할 때 사업비가 10조원대로 추산된다. 댐 한 곳당 평균 공사비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안양 만안구)도 기후대응댐의 건설비가 12조원에 달할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달 30일 기후대응을 위해 강원도 양구군 수입천댐 등 신규 댐 건설 후보지 14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극한 홍수와 가뭄에 대응하고 국가 전략산업의 미래 용수 수요 등을 뒷받침하겠다는 취지다. 권역별로는 낙동강 권역이 6곳으로 가장 많고, 한강 권역 4곳, 영산·섬진강 권역 3곳, 금강 권역 1곳이다. 환경부는 댐별로 기본구상, 타당성 조사, 기본계획 수립 등의 후속 절차를 거쳐 댐의 정확한 위치와 규모 등을 확정할 계획이다. 사업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 2026년 시공사 선정, 2027년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도로·철도 등 SOC 신규 발주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건설업계의 수주 확대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며 "댐 공사가 5년 이상 공사기간이 소요되는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대형 건설사뿐 아니라 지방 건설사들도 사업 다각화에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지자체가 추진한 댐 공사는 간혹 있었지만 정부가 주도하는 댐 사업은 10여년 만에 처음"이라며 "건설사의 일감 확대에 그치지 않고 이상 기후에 따른 홍수와 가뭄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효율적인 댐 사업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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