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배우자에게 증여받은 주식을 자신이 대표로 있는 회사에 양도해 회사가 바로 소각했더라도 세금 회피 목적의 가장거래로 단정할 수 없어 과세 처분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나진이 부장판사)는 A씨가 잠실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사진=뉴스핌 DB]

A씨는 배우자 B씨가 대표로 있는 완구 도소매업체인 C사의 주식을 소유하다가 2020년 11월경 B씨에게 1000주를 증여했다.

B씨는 같은 달 해당 주식을 총 6억400만원으로 평가해 증여세 38만8000원을 신고·납부했다. 약 한 달 뒤에는 C사에 해당 주식을 총 6억1000만원에 양도했다.

C사는 같은 날 양수한 주식을 소각했고 이듬해 1~2월 B씨에게 주식양도대금으로 총 6억900만원을 지급했다. B씨는 받은 돈을 모두 자신의 펀드 계좌에 입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무당국은 세무조사 실시 결과 이들 간 거래를 의제배당소득 회피를 위한 가장거래로 판단, A씨가 C사에 주식을 직접 양도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2022년 8월 A씨에게 2020년 귀속 종합소득세 2억4000여만원을 경정·고지했다.

의제배당소득이란 법인의 자본 소각 등으로 출자자가 받는 경제적 이익을 말하며 형식적으로 배당은 아니지만 그 실질이 배당과 동일해 과세 대상에 해당한다.

이에 A씨는 "주식의 증여, 양도, 소각은 각각 독립된 경제적 목적과 실질이 존재하고 당사자들의 진정한 의사에 따른 것이었다"며 종합소득세 부과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도 세무당국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가 C사에 주식을 양도한 것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사건 거래로 발생한 주식양도대금은 B씨에게 지급돼 B씨가 자신의 펀드 계좌에 이체함으로써 B씨에게 귀속된 것으로 보인다"며 "달리 주식양도대금이 원고(A씨)에게 귀속됐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식양도대금이 원고가 아닌 B씨에게 귀속된 이상 이 사건 거래에 법적 형식과 다른 경제적 실질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과세관청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들이 선택한 법률관계를 존중해야 한다"며 "배우자에게 주식을 증여할 것인지 현금을 증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당사자인 원고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배우자 증여재산 공제한도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상 인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배우자 증여공제 제도를 통해 절세하고 B씨가 양도소득세를 거의 부담하지 않게 됐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주식의 증여 및 양도가 오로지 의제배당소득세 부담을 회피할 목적으로 비합리적인 형식이나 외관을 형성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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