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휴전 중재에 외교력을 집중했던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에서의 암살되는 대형 악재가 터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외교안보 사령탑들은 그동안 공을 들여온 가자지구 휴전 협상의 좌초를 막는 한편, 중동 전체로전쟁의 불씨가 번지지 않도록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인도·태평양 지역을 순방중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31일(현지시간) 싱가포르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하니예 암살 사건과 관련해 "우리는 이 일을 인지하고 있지 않았고, 관여하지도 않았다"며 미국의 개입 의혹을 차단했다.

그는 이어 "(암살 사건의) 영향을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가자지구 전쟁) 휴전의 필요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면서 "(당사자들의) 온도를 낮추고 우리를 더 나은 경로에 놓일 수 있도록 하는 최선의 방법은 가자지구에서의 휴전"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하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주 미국을 방문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회담에서도 하마스와의 조속한 휴전 협정 체결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27일 골란고원의 한 축구장이 폭격당해 이스라엘 어린이 등 12명이 숨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만류에도 이에 대한 보복에 나서, 전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외곽을 공습해 헤즈볼라의 최고위급 지휘관을 제거했다. 이와함께 이스라엘이 배후로 지목되는 하니예 암살 사건이 터지면서 가자지구 휴전 협상은 사실상 물건너 갔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휴전을 함께 중재해 온 카타르의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총리 겸 외교부 장관과 긴급 통화를 갖고 협상의 동력을 살리고, 중동 지역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통화에서 "인질 석방과 팔레스타인 주민 고통 완화, 역내 안정을 가져올 수 있는 가자지구 휴전 협상 노력을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미국은 이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다른 중재국인 요르단의 아이만 후세인 알 사파디 부총리 겸 외교장관과도 통화를 갖고 "분쟁의 확대를 막는 것이 절실하다"면서 가자지구 휴전 협상 달성을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한편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도 필리핀에서의 기자회견에서 하니예 암살 사건 관련 질문에 대해 "전쟁은 불가피하지 않다. 외교를 위한 공간과 기회는 항상 있다"고 강조했다. 

미 국방부는 오스틴 장관이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과도 전화 통화를 가졌으며,  이스라엘 안보와 자위권에 대한 지지와 공약을 거듭 확인하는 동시에 외교적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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