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가 유럽 마약 밀수의 새로운 관문(gateway)으로 떠오르고 있다."

북유럽 국가 노르웨이가 유럽으로 유통되는 마약의 주요 밀수 통로로 인식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매주 50~70척의 선박과 24만3000개의 컨테이너가 들어오는 노르웨이 최대 항구이자 수도인 오슬로가 국제 마약상들의 '애용 항구'로 급부상하고 있다.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노르웨이 국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29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앤 린드보에 오슬로 시장은 29일(현지 시간) 방송사 NPR과 인터뷰에서 "오슬로 항이 유럽에서 범죄자들과 더욱 대담해진 갱들이 가장 선호하는 항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르웨이 최대 항인 이곳을 통해 5억7500만 파운드(약 1조원) 어치의 마약이 들어왔다"며 "경비가 너무 허술하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새 전 세계가 펜타닐 등 마약 범람으로 심각한 고민에 빠진 가운데, 각국은 마약 사범 단속과 밀수 차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유럽의 경우, 그 동안 대표적인 마약 유통 창구로 벨기에 북서부 항구도시 안트베르펜이 꼽혔는데 근래 벨기에 당국이 마약 단속에 적극 나서면서 밀수·유통 통로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가디언은 "이달 초 유럽 마약 밀수의 중심지인 안트베르펜의 세관 관리들에 따르면, 경찰의 단속 강화 이후 범죄 조직들이 마약 유통 경로를 바꾸면서 벨기에 항구에서 압수된 코카인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보도했다. 

반면, 오슬로는 보안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점점 더 많은 마약상들이 모여들고 있다. 노르웨이 세관 노조는 "오슬로 항에는 모바일 스캐너가 단 한 대 밖에 없다"면서 "그마저도 다른 항구 두 곳과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스캐너를 사용할 수 없을 경우 세관원들은 휴대용 스캐너로 컨테이너를 검사해야 하는데, 이는 별로 효과적이지 않다고 한다. 카린 탄데로 쇼그 노조 위원장은 "코카인과 조직 범죄 상황이 아주 심각하다"면서 "노르웨이는 세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르웨이는 유럽에서 코카인 소비량이 세 번째로 많은 나라이다. 작년에는 총 1847건의 마약 단속 실적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 10년 동안의 기록을 합친 것보다 많은 것이라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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