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임박한 가운데 지난해 '마약 세관 연루 사건' 외압 의혹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준비팀은 오는 29일 열리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주요 질의와 쟁점에 대한 막바지 입장 조율에 나서고 있다.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최근 마약 세관 연루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이 주목받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최근 의혹을 폭로한 A경정을 서울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으로 인사 조치한 데 이어 '공보 조치 위반'을 이유로 경고 조치를 내렸다.

마약 세관 연루 의혹 사건은 지난해 10월,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말레이시아에서 대량으로 밀반입한 필로폰(27.8kg 압수)을 국내에 유통시킨 국제 범죄조직을 검거했다고 발표하면서 드러났다.

범죄조직 일당은 지난해 1월 인천공항을 통해 필로폰을 소지한 채 공항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지 않고 입국했는데 이 과정에서 세관 직원들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가 1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가경찰위원회에서 열린 신임 경찰청장 임명제청 동의안 심의·의결을 위한 임시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2024.07.17 mironj19@newspim.com

외압 의혹은 지난해 10월 서울경찰청 생활안전국장이었던 B경무관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이던 A경정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 브리핑 보도자료에 관세청 관련 내용을 빼라는 취지로 압박했다는 것이다. B경무관은 당시 상급기관 소속이었으나 수사와 무관한 부서에 속해 있었다.

A경정은 "일면식도 없는 사이인데 수사에 관련 없는 인물에게 전화를 받았다"며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또 A경정은 지난 16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B경무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 조치했고, 24일에는 공수처에 출석해 고발인 조사를 받았다.

경찰청은 의혹이 제기된 이후 B경무관을 감찰한 뒤 인사혁신처에 중앙징계위원회 소집을 요청했다. 하지만 인사처는 B경무관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불문' 조치를 내렸고, 이후 경찰청은 서면 경고 조치했다. B경무관은 현재 경기도의 한 경찰서 서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인사혁신처에서 징계 조치를 하지 않고 '불문' 조치를 내린 것을 두고 징계 무마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인사혁신처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경찰청 징계 의결 결과'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경찰청이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 징계를 요청한 경무관급 이상 고위 경찰은 총 33명이었다. 이들 중 책임을 묻지 않는 불문 처분이 내려진 사례는 B경무관이 유일했다. 28명은 중징계나 경징계, 4명은 경고 조치를 받았다.

양 의원은 "기관의 제 식구 감싸기를 피하기 위해 인사혁신처를 통해 공무원을 징계하는 것인데 경찰 감찰에서 외압 의혹이 있다고 판단했는데도 불문에 그쳐 이례적"이라며 "징계 무마 의혹이 있는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B경무관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 로비' 의혹의 핵심으로 꼽히는 이종호 전 블랙펄 인베스트 대표가 '인사를 챙겨줬다'는 취지로 언급한 녹취록과 관련된 인물이기도 하다.

인사청문회에는 A경정과 B경무관, 이 대표가 증인 명단에 포함돼 있어 청문회에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자들이 증인으로 채택된 데다 논란이 확산되는 만큼 청문회 과정에서 조 후보자가 사안과 관련해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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