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중소벤처기업의 상장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됐던 코넥스 시장이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 이전 상장을 노리는 중소기업들이 코넥스 시장이 아닌 기술성장특례제도를 선호하면서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넥스 시장에 상장한 회사는 단 두 곳(팡스카이, 세븐브로이맥주)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8곳) 대비 25%에 불과한 수준이다.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2024.07.25 stpoemseok@newspim.com

동기간 기술성장특례제도를 통해 상장한 회사의 수는 17건에서 20건으로 늘었다. 기술성장특례제도는 코넥스 시장과 함께 중소벤처기업의 이전 상장 수단으로 활용된다. 즉, 상장을 준비하는 중소형사가 코넥스 시장을 외면하고 기술성장특례제도를 택하는 추세가 생긴 것이다.

이는 코넥스 시장의 거래대금과 규모가 너무 적은 탓에 엑시트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투자 자금 회수 측면에서 볼 때, 코넥스 시장보다는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바로 진입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연초 이후 코넥스 시장의 거래대금은 꾸준한 감소세를 그리고 있다. 지난 1월과 3월에만 해도 코넥스 시장의 전체 거래량은 각각 36억8041만원과 22억3475만원이었는데, 지난 24일 해당 수치는 14억 1299만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종목당 평균 거래대금도 1148만원을 기록하면서 연초(2853만원) 대비 40% 수준으로 급감했다.

반면 올해 상장한 기술성장기업의 전일 기준 거래대금은 총 3767억4306만원, 전체 평균은 188억3715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기술성장기업 하나의 거래대금이 코넥스 시장 전체 수치의 13배 가량 많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중소 벤처기업들은 실적이 아닌 성장성으로 상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 벤처 캐피탈(VC)의 자금을 받는다"며 "VC의 대부분은 인수합병(M&A)보다는 기업공개(IPO) 방식을 통해 자금을 회수한다"고 밝혔다.

이어 "거래량이나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VC들은 코넥스 상장이 아닌 기술특례상장제도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직행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한 대형사 관계자도 "사실 코넥스 시장의 인기가 날이 갈수록 떨어지는 점은 팩트"라며 "상장 이후 공모주 유통이 중요한 상장 준비 회사 입장에서 코넥스 상장은 꺼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거래소는 코넥스 시장의 점진적 침체 현상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하반기 코넥스 시장의 활황을 조심스레 점쳤다. 거래소 측 관계자는 "매년 코넥스 시장의 상장 추이를 보면 대개 하반기에 신규 상장 기업이 몰려 있었고, 현재 공시되지 않은 코넥스 상장 준비 기업들도 여럿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신규 상장 현황과 거래대금, 시장의 규모 등을 따져보면 코넥스 시장이 점진적으로 침체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stpoems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