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강남권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직접 매각하는 보류지 아파트가 실거래가보다 높은 공급금액에도 잇따라 '완판'되면서 보류지 아파트가 '귀한 몸'으로 떠으르고 있다. 이 가운데 시세 대비 3억원 높은 가격에 공급된 서울 강동구 재건축 단지 보류지 아파트 흥행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주택시장이 반등세를 타면서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분양 과정에서 오류를 대비해 남겨둔 '보류지'의 몸값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조합 입장에서는 보류지 처분에 급할 게 없는 상황인데다 처분가격이 단지 전체의 매맷값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보니 시세 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기준가를 책정하는 실정이다. 더욱이 후발 단지 분양가가 앞선 분양단지보다 큰폭으로 오르듯 후발 공급 보류지 아파트 가격도 더 크게 오르고 있다. 

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강동구 길동신동아1·2차(강동헤리티지자이) 재건축 조합은 지난 22일 보류지 11가구를 공급하는 입찰 일정을 공고했다.

보류지는 도시정비사업에서 사업경비를 충당하거나 조합원 수 착오에 의한 지분 누락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조합이 일반분양하지 않고 남겨 둔 주택을 말한다. 보류지 규모는 전체 가구수의 1% 이내로 확보할 수 있다. 이 범위를 초과할 경우에는 관할 구청에 그 사유를 인가받아야 한다.

길동 헤리티지 자이 투시도 [자료=GS건설]

이번에 공급되는 강동헤리티지자이 보류지는 모두 전용면적 59㎡ 주택으로 매매 기준가는 15억원이다. 저층은 없고 모두 9층 이상 중·고층으로 구성됐다. 오는 29일 오후 3시까지 입찰 선정서를 받고 이날 당첨자를 가린다. 당첨자는 계약 체결 후 잔금을 모두 납부하면 즉시 입주할 수 있다.

강동구 길동 160번지 일원에 조성된 강동헤리티지자이는 지하 3층~지상 33층, 아파트 8개동, 1299가구 규모 단지다. 지난달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보류지 매매 기준가는 최근 실거래가와 비교해 3억원 비싼 금액이다. 강동헤리티지자이 전용 59㎡는 이달 11억9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3월 8억3500만원에서 넉 달 새 3억5000만원 상승할 정도로 가격 오름세가 가팔라지자 조합측이 보류지 매각가를 실거래가를 훌쩍 뛰어넘는 금액으로 책정한 것이다. 매도호가는 12억8000만~14억원 정도에 형성돼 있다. 즉 보류지 매각에 성공하면 이 아파트의 시세는 순식간에 또한번 뛰어오르게 되는 것이다. 

최근 강남권 아파트의 보류지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높은 매매 기준가를 책정했음에도 입찰에 흥행한 것 역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개포주공1단지(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재건축조합이 4차 재공고한 전용면적 59㎡ 유형 보류지 1가구(151동 1606호)가 최근 주인을 찾았다. 매매 기준가는 25억5000만원으로, 직전 최고 거래가격보다 2억원 정도 높은 수준이다. 석 달 새 매매 기준가를 4억5000만원 높였음에도 처분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오는 9월 입주 예정인 서울 송파구 문정동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 문정'은 보류지 8가구를 매각한다. 최저 입찰가격은 지난해 11월 일반분양 당시 상한제를 적용받았던 분양 가격보다 1억원 가량 높게 책정했다. 1순위 청약 당시 평균 경쟁률 152.5대 1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이처럼 정비사업 조합이 보류지 매각가를 높이는 이유는 주택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지역별 차별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소위 '상급지'로 주택 수요가 몰리고 있다. 특히 강남권 신축 단지는 하루가 다르게 매맷값이 뛰면서 조합측이 미래의 예상되는 상승분까지 매각가에 포함하는 상황이다.

강동역 주변 A공인중개소 대표는 "보류지 매각가는 주택시장 경기와 상관성이 높은데, 최근 집값 반등세가 강하자 입찰가격도 덩달아 높아지는 있다"며 "실거래가보다 낮게 제시하면 배임 및 헐값 논란에 휩싸일 수 있어 조합 입장에서는 최고가 이상으로 책정하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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