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영국 국왕 찰스 3세는 17일(현지시간) 새로 출범한 키어 스타머 노동당 정부가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추구하고, 심각한 주택 부족과 생계비 위기 등의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서비스 중심의 정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찰스 3세는 이날 국회의사당인 웨스터민스터궁에서 '킹스 스피치(King's Speech·국정연설)'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40개 주요 법률 제정 계획을 발표했다.

찰스 3세 영국 국왕. [사진=로이터 뉴스핌]

킹스 스피치는 영국 국왕이 의회 개회식에서 자신의 신하인 총리와 장관들이 앞으로 1년 동안 어떤 정책을, 어떤 법 제정을 통해 추진할 것인지를 발표하는 것을 말한다. 연설은 국왕이 하지만 그 내용은 정부가 작성한다.

특히 이날 킹스 스피치는 지난 4일 실시된 총선에서 14년 만에 정권 탈환에 성공한 스타머 정부가 과연 어떤 방향으로 나라를 이끌 것인지 가늠할 수 있는 기회로 주목을 끌었다. 영국 BBC 방송은 "국왕의 12분 연설에는 경제 성장 확보, 경제 성장의 핵심 동인, 지역 성장 계획 같은 문구들이 가득했다"고 평가했다. 

찰스 국왕은 이날 연설에서 "경제 성장을 확보하는 것은 (이번 정부의) 가장 근본적인 사명이 될 것"이라며 "정부는 기업과 근로자 모두가 참여하는 새로운 파트너십을 추구할 것이고, 모든 커뮤니티를 위한 부의 창출을 우선시함으로써 최근의 생계비 도전에서 벗어나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의 목표는 영국의 모든 지역에서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찰스 국왕은 또, 많은 서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집 부족 문제에 대한 빠른 해결을 약속했다. 그는 "정부는 주택 건설 계획과 관련된 개혁에 착수할 것이며, 이를 통해 국민들에게 수준높은 주택과 인프라를 제공하는 데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 재정의 안정성도 강조했다. 찰스 국왕은 "(재정의) 안정성은 정부 경제 정책의 초석이 될 것이며, 모든 정책 결정은 재정준칙을 준수하는 가운데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조세와 정부 지출의 중대한 변화는 예산감독청(ORB)의 독립적 평가를 따르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이후 지난 몇 년 동안 갈등을 빚었던 유럽연합(EU)과의 관계를 재설정하려는 의지도 드러냈다. 찰스 국왕은 "정부가 EU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안보 협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왕 연설에는 스코틀랜드·웨일즈 등 지방 지도자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철도 국유화와 근로자의 권리 확대 방안도 포함됐다. 이와 함께 담배 구매 연령을 단계적으로 높여 2009년생부터는 평생 담배를 살 수 없도록 하는 법안과 불법이민·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경찰 등의 권한을 대폭 강화한 법률도 추진키로 했다. 

다만 총선 때 16~17세에 투표권을 부여하겠다고 했던 공약은 이번 국정연설에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이 내용은 나중에 제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스타머 총리는 이날 의회에서 "우리는 성장을 촉진하고 영국의 브레이크를 풀어 보수당 정부에서 봤던 무책임과 무능력을 영원히 종식시킬 것"이라며 "나라를 쇄신의 길로 인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길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점도 강조했다. 그는  "국가를 재건하는 일은 하룻밤 사이에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직면한 과제에는 단호하고 인내심 있는 노력과 진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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