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조달청이 75년 역사 최초로 현물 공적개발원조(ODA)를 추진한다. 국내 혁신기업의 물품을 라오스 등 개발도상국에 무상으로 원조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ODA는 사회간접자본(SOC)을 위주로 지원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조달청의 결정이 향후 ODA 지원 방식에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평가다.

◆ 조달청, ODA 무상 현물지원 추진…"파급효과 기대"

5일 조달청 고위관계자는 <뉴스핌>에 "외교부와 협력해 개발도상국에 국내 혁신기업의 물품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ODA 현물지원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조달청 역사 최초"라고 밝혔다.

ODA는 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이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과 사회복지 증진을 목표로 제공하는 원조를 의미한다. 전달경로에 따라 직접 지원하는 양자원조와 국제기구를 통해 지원하는 다자원조로 나뉜다.

[자료=조달청]

조달청은 아태지역 전자조달 확산과 공공조달 통상확대를 위한 조달 네트워크 설립, 운영에 대한 ODA를 실시해 왔다.

조달청은 아태지역 전자조달 확산과 공공조달 통상확대를 위한 조달 네트워크 설립, 운영에 대한 ODA를 실시해 왔다. 지난해부터는 다자무상 형태로 아태지역 전자조달 네트워크 운영 국제분담금 ODA 사업을 시작했다. 총사업비는 9억2000만원이다.

조달청은 여기서 더 나아가 개발도상국 ODA 사업을 통해 우리나라 조달기업도 상생할 방안을 강구했다. ODA가 일방적 지원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는 의도다.

그 결과 조달청은 국내 기업의 혁신제품을 ODA 방식으로 개발도상국에 지원하는 해외실증사업 물품지원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내 기업엔 제품 수출 판로를 열어주고 수혜국은 무상으로 물품을 조달받는 일거양득의 효과다.

조달청 관계자는 "조달청 예산을 투입해 해외에 진출한 물품들이 수혜국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면 그 국가 또 다른 기관이 혁신제품을 계약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며 "파급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 조달청, 17개 국가에 30개 혁신제품 공급…70억원 규모

조달청은 이번 ODA 사업에 총 70억원을 투입한다. 라오스 등 개발도상국 17개 국가에 혁신제품 30개를 무상증자하는 데 드는 예산이다. 혁신제품은 조달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선정됐다.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된 건 라오스에 공급하는 열전냉각기다. 국가 특성상 물이 많은 라오스는 수력발전소를 통해 에너지를 얻는데 발전소 가동으로 인한 열을 냉각시키기 위한 제품이 없었다. 조달청은 8억5000만원의 예산으로 열전냉각기 제품을 라오스에 지원한다.

그다음으로는 호주(태양광패널·6억6500만원), 인도네시아·필리핀(원자력밸브·4억8500만원), 태국(CCTV·3억3600만원), 필리핀(휴대용 X-선 촬영장치·2억1000만원) 등이다. 상위 5개 제품에 전체 예산의 36.4%가 투입된다(그래프 참고).

이 중 가장 기대를 받는 혁신제품은 태국에 지원된 CCTV다. 태국은 교통수단 중 오토바이 보급률이 높지만 그만큼 교통사고가 빈번하고 교통체증이 유발된다. 이번에 지정된 CCTV 제품은 전면과 후면 모두 녹화가 가능한 장점이 있어 교통신고 위반차량, 오토바이 교통사고를 포착하기에 용이하다.

조달청 관계자는 "3억원을 투입해 CCTV 혁신제품을 태국에 지원했는데 기술력이 좋아 태국에서 상당히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며 "현재 태국에서 30억원 계약 수주를 긍정적으로 바라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10배가 넘는 기대효과가 얻어진 것이다.

조달청 고위관계자는 "그동안 진행하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의 ODA를 개척해보려고 한다"며 "외교부 등 관계부처와 협력해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plum@newspim.com